온 우주가 아이들을 키운다.

by호수공원

이른 아침부터 태양이 무척이나 뜨겁다.

나는 여섯 살 둘째 아들과 유치원을 가려고 밖으로 나왔다.

아들은 몇 걸음 걷더니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지갑도 안 가져왔고, 아침부터 찬 것을 먹으면 설사할 수도 있기에 아들에게 안 된다고 말했다.

아들은 온순한 편인데 한 번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막무가내였다.


자주 가는 편의점 앞에서 멈춰 선 아들은 한 발짝 걸음도 떼지 않았다.

태권도 끝나고 집에 오면 아이스크림 두 개를 사준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강제로 아들의 손을 잡아 이끌며 몇 걸음 걸으니, 아이들이 다니는 태권도 차가 보였다.


우리 앞에서 멈춘 태권도 차를 보고 아들은 반가운 마음에 관장님께 인사를 하였다.

나는 득달같이 관장님께 다가가 아들을 혼내 달라고 일러바쳤다.

관장님은 아들에게 좋은 말로 타일러 주었다.


땡볕에 꼼짝하지 않던 아들은 내 손을 잡고 훨씬 가벼워진 발걸음을 하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어제의 일을 겪고 나니, 딸보다 훨씬 키우기 힘든 아들을 돌보면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던

지난날의 기억을 써 봐야겠다.




작년부터 일곱 살이었던 딸아이는 태권도에 다니기 시작했다.

딸아이가 다니는 태권도는 집에서 버스로 한 정거장 거리였다.

아이들 어린이집 버스가 태권도장 근처에서 하차하면 큰 딸을 태권도에 데려다주고, 아들과 집에까지 걸어왔다. 그러다 같은 동선에서 가끔 마주치는 여자아이 두 명이 있었다.

그 익숙함에 여자아이들과 나는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면서 지냈다.


아이들은 아들을 보고 귀엽다며 자신이 먹고 있던 과자, 사탕 몇 개를 아들 손에 쥐어 주었다.

그 마음이 고마워 나도 아이들에게 같이 나눠 먹으라며 과자를 사주기도 하였다.


차가운 바람이 몸을 바짝 웅크리게 하는 겨울이었다.

아들은 어린이집 차에서 꽤 큰 풍선을 하나 가지고 내렸다.

풍선을 가지고 가는 동안 신이 나서 까르르 웃기도 했던 아들은 이내 풍선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찬 바람결에 풍선에 더러운 것들이 잔뜩 묻었다.


나는 그것들을 턴다고 건물 난간에 대고 풍선을 힘껏 내리쳤다.


“엄마야!”


폭죽 터지는 소리가 나자, 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순간, 아들을 귀여워하던 아이들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아이들은 울먹이는 아들을 보고


“풍선이 터졌구나! 에그 귀여워~ 이 과자 먹고 울지 마.”


아들은 그 과자를 입에 넣는 순간 울음이 뚝 그쳤다.

고집불통 아들을 어떻게 달래나? 막막하기만 했는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아이 하나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체감되면서

여름날의 경험도 문득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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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도 더운 여름 어느 날, 아이들과 남편의 차를 타고 고래처럼 시원한 물줄기를 뽐내는 분수를 보러 가기로 하였다.


아들은 밖으로 나갈 때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들고 나오는 버릇이 있다.

아들은 내 손가락 하나 만한 바다 동물 피규어를 자기 손안에 쏙 넣고 주먹을 움켜쥐고 애지중지하며 들고 나왔다.


목적지에 도착하였고, 날이 더워 아들 손에 땀이 났을까?

아들은 피규어를 하수구 네모난 직사각형 안에 빠뜨려 버리고 말았다.

손을 넣고 다시 주울 수도 없는 상황에서 아들의 울음 떼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약간의 짜증과 함께 하수구를 있는 힘껏 들어 올려 그 피규어를 꺼내 주었다.

아들은 세상을 다 가진 듯 울음을 그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폴짝폴짝 뛰었다.

하수구에 빠진 피규어는 뭐가 잔뜩 묻어 있었고, 나는 화장실 가져가 씻기로 했다.

그렇게 몇 번 그 피규어를 헹구었다.


아뿔싸!


피규어가 하수구 구멍에 쏙 빠져 버렸다.

중간에 걸러주는 거름망이 하필 그 하수구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그 어떤 힘으로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경험한 아들은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좋은 말로 아들을 달래봐도 소용이 없었다.


화장실에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를 보고 환하게 웃더니 오은영 박사님 빙의? 라도 된 듯이 심통 난 아들을 달래 주었다.

그녀로 인해 아들의 울음은 뚝 그치게 되었다.

나는 그녀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싶었다.

너무 아들 이야기만 썼나? 딸과의 에피소드도 적어야겠다.




지난 주말, 나는 아이들과 ‘하츄핑’ 영화를 보러 갔다.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극장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깜깜한 밤이 되었다.

잠들기 전, 하츄핑 영화가 생각이 났다.

로미와 카이트 그 두 주인공이 손을 잡고 바닷속을 여행하는 장면이 참 아름다웠다.

서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둘은 다음 편에서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조금 유치한 상상을 하고 있었다.


내 옆에 누운 딸은


“엄마, 나는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면 엄마와 같이 떠날 거야.”


딸아이는 영화에서 로미가 엄마와 한동안 떨어져 있어서 슬펐고, 다시 만나서 좋았다고 말했다.


“나중에 엄마가 하늘나라에 가면 너는 천천히 와도 돼. 그때 다시 만나자.”


평소에 나와 떨어져 저만치 자던 딸은 그날만큼은 내 옆에 꼭 붙어 내 손을 꼭 붙잡고 눈을 감았다.

나는 잠이 든 딸을 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잠이 오질 않아, 무심코 깜깜한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이 유난히도 밝다.


며칠 전.


“엄마는 무슨 달이 좋아?”


“엄마는 초승달과 보름달이 좋아.”


“엄마, 나는 보름달이 좋아. 보름달이 뜨면 소원을 빌 거야.

우리 가족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해 달라고...”


이웃을 넘어 하나의 세상이, 그리고 광활한 우주가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든든함을 느끼며, 나는 다시 아이들 옆에 다가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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