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와일드 씽'을 보고

한 번뿐인 기회로 나의 삶이 달라진다면?

by호수공원

단 한 번의 기회로 인생 역전이 된다면? 나는 용기 있게 그 기회를 잡을까?

아니면 설마 하면서 회피할까?


지난주에 영화 ‘와일드 씽’을 보았다.

분명 가볍게 웃어넘길 코미디 영화인데, 내가 여태껏 보았던 코미디 영화와는 좀 달랐다.


<감독 : 손재곤 / 주연 :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오정세>


20년 전

춤꾼 황현우, 힙합에 살고 죽는 구상구, 리드보컬 변도미는 ‘트라이앵글’이라는 혼성그룹으로 가요계에 진출한다. 그들은 1집에 성공에 이어 2집도 발표하자마자 단숨에 1위 후보에 오른다.

그리고 그들의 라이벌인 발라드 왕자 우유빛깔 최성곤은 38주 2위에서 트라이앵글과 맞붙게 된다.

트라이앵글은 감격의 1위를 차지하고, 그들은 축하 파티에 참가한다.

그다음 날, 그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최성곤 역시 그 파티 장소에서 대형 사고를 쳐서 뉴스에 나오게 된다. 트라이앵글의 숙소에 몰려드는 기자들 틈에서 현우는 이건 ‘꿈이야’ 하며 눈을 질끈 감는다.



20년 전, ‘청춘’이라 빛이 나던 시기 그때의 나는?

도심에 있는 어느 전문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나와 같이 일하는 온라인 게임 상사는 처음에는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사는 자기의 잘못을 나에게 뒤집어씌우는 등 교활하고 사악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다른 팀의 새로운 주임님이 들어왔다.

내가 그 상사로 속앓이 하는 동안 새로 온 주임님은 사악한 그 상사와 대판 싸우기도 했다.

나중에 그 문제의 상사에 대하여 주임님께 들었을 때, 그 상사는 이전에 다녔던 회사에서 회사에 모든 직원과 싸울 만큼 인성이 안 좋아서 왕따를 당했다고 하였다. 그 상사와 싸우지 않은 직원은 내가 유일하다고 했다.

내가 그 사무실에서 일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였다.

나는 그 상사 때문에 온라인 게임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티려고 마음먹었다.

적어도 한 회사에 들어가서 1년 이상 일하면서 경력을 쌓은 후,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주임님이 나에게 했던 말은 주임님은 좀 충격적이었다.

주임님은 이 회사가 생긴 지 2년 정도 되었는데, 퇴사한 사람만 10명이 넘는다고 했다.

문제가 많은 이 회사는 더 이상 일할 곳이 아니라며, 나와 같이 그만두자고 하였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얼마 후 그 주임님은 보기 좋게 퇴사하였다.


옆에 있어 나의 힘듦을 알아준 주임님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자,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나 역시 그 회사에서 일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 때, 퇴사를 말하였다.

회사에서는 인수인계를 해줄 여직원이 뽑힐 때까지 내가 남아주기를 바랐다.


다행히도 여직원은 금방 채용이 되었다.

그 여직원 언니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었던 마지막 날, 나는 힘듦의 고통에서 홀가분하게 해방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꾸 무언가 마음에 걸렸다. 그 언니는 겉보기에 차가운 인상과 다르게 내가 하자고 하면 군말 없이 잘 따라주는 온순한 언니였다.


‘언니도 나와 같은 상처를 받으면 어떡하지?

그 문제의 상사 때문에 마음고생 하면 안 될 텐데...’


퇴근 시간이 1시간 남았다. 나는 입 밖으로 그 말을 할까? 말까?

고민하던 중, 나는 그 언니를 따로 불러 그 사악한 상사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놈의 입방정... 그 언니는 내 말을 듣자마자 단단한 돌처럼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그 상사에게 단숨에 달려가 사정이 생겨서 내일부터 출근을 못 한다고 하였다.


내일 또 출근해야 한다니, 가슴이 꽉 막혀와 답답하면서도 이상하게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언니를 엘리베이터 타는 곳까지 배웅해 주었다.

언니는 나에게 연신 고맙다고 말하였다.


“언니, 여기보다 더 좋은 곳 알아보세요.”


그러던 사이 뒤에서 서늘한 그림자가 따라왔다.

문제의 상사가 우리를 몰래 따라오며 지켜보고 있었다. 그 언니와 문제의 상사는 눈이 마주쳤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힐 때, 문틈 사이로 본 언니는 겁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상사는 그 언니를 웃으며 보내주었다. 밖에서 그 상사는 아무렇지 않게 나를 대하였고, 그렇게 넘어가나 싶었다.


그러나 사무실에 들어와서는 자신에 대해 그 언니에게 어떻게 말을 했냐고 물으며 불같이 화를 버럭 냈다.

그러면서 살기 어린 눈빛으로 나를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아마 옆에 흉기라도 있으면 나를 어떻게 할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의 등에선 한줄기 식은땀이 흘렀다. 정말 소름 끼치도록 그 상사가 너무 무서웠다.


그날 친구와 명동에서 약속이 있었다.

친구한테 명동이 아닌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곳에서 만나자고 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해칠 것 같은 두려움이 순식간에 몰려왔다.

그 일이 있고, 나는 그렇게 한동안 사람 많은 곳에 가지 못하는 대인기피증에 시달렸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은 좋아지긴 했지만, 그날에 트라우마로 혼자 거닐 때면 사람 많은 곳을 피하거나 굳이 찾지 않는다.


이제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


다시 20년 후, 영화 속으로 들어가볼까?

현우는 질끈 감았던 눈을 다시 뜬다.

현우는 한물간 가수로 라디오 게스트에서 일반인 취급을 당하며 하나 남은 그 일자리에서 짤리게 된다.

더 이상 일할 곳이 없어진 현우에게 다시 트라이앵글이 완전체로 다시 무대에 설 기회가 찾아온다.

그 기회만 잘 잡으면 방송일이 탄탄대로 펼쳐질 것 같은 상황에 현우는 해체된 나머지 멤버들을 찾아 나선다.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상구, 재벌가 며느리가 되었지만 시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에 시달리는 도미, 이렇게 트라이앵글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뭉치게 되고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리며 각자 최선을 다한다.

발라드 왕자 우유빛깔 최성곤은 어떻게 되었냐고?

검게 그을린 피부에 마초적인 상남자 포스를 풍기며 그는 야생동물 사냥꾼이 되었다.

20년 후, 최성곤의 180도 달라진 모습의 간극은 이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재미이다.

최성곤 역시 트라이앵글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고, 최성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지금 현재의 나는?

회사원이 아닌 프리랜서 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다.

결혼해서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어린 남매를 키우고 있다.

거울을 볼 때마다 자신의 모습에 흠뻑 취하는 남편과 겉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내가 아플 때도 거울만 찾는 남편을 보면서, 과연 나는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까?


20년 전,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곁에 있는 사람들이 좋았다.

그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또 다른 상사는 회사 밖에서 나와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맛있는 것을 사주면서 나를 좀 예뻐해 주기도 했다. 내가 의지했던 그 주임님은 나를 다른 곳에 외근을 보내는 척하면서 다른 회사에 면접을 볼 수 있게도 해주었다.


그렇게 몰래 그 회사에서 빠져나와 다른 회사에서 면접을 보았을 때였다.

면접을 진행하던 높은 자리에 있던 분은 나와 면접을 보기 전, 자신의 자리에서 내 자기소개서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분은 자리를 옮겨 내 앞에 앉았다. 그렇게 형식적인 면접의 질문이 오고 갔다.

그러던 중 그분은 대뜸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보고 글을 너무 잘 썼다 하면서 칭찬을 해 주었다.

자신이 본 자소서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자기소개서’라고 했다.

그러더니 대뜸 내가 회사 생활을 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작가를 하는 게 좋겠다면서, 그분은 나에게 작가의 길을 권유하였다.

나는 어리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그 회사를 빠져나왔던 기억이 난다.


참 희한하게도 20년 후, 나는 그분의 말대로 글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도 삶이 힘에 겨울 때면, 내 곁에서 힘을 불어넣어 주는 소중함 사람들이 있다.

워낙 내향적인 성격 탓에 많은 사람들을 사귀지는 못했지만, 나와 꾸준히 연락하는 사람들은 내가 힘들 때 나의 안부를 묻고, 어디든 함께 있어 줄 거란 동행을 약속하면서, 내가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는 그 마음이 참 고마울 뿐이다. 나는 그 소중한 사람들 때문에 힘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다.


트라이앵글과 최성곤은 꿈에 그리던 그 무대에 설 수 있었을까?

나의 스포는 여기까지! 결말 부분의 내용이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이 영화를 한 줄로 평가하자면


빵빵 터지는 웃음 속에서 숨은 보석을 발견하게 되는 영화!


이동진 평론가처럼 단 한 줄로 모든 영화를 끝장내버리는 한줄평은 아니지만, 그래도 써 본다.

헤드스핀을 대역 없이 했던 강동원도, 직접 랩 가사를 썼던 엄태구도, 청량한 목소리의 박지현과 함께 어깨가 들썩이는 신나는 그들의 노래도 참 좋았다.

오정세의 청초한 발라드와 함께 더불어 맛 보는 반전 연기도 빠질 수 없다.


단 한 번의 선택으로 내 인생이 달라진다면, 나는 용기 있게 과감히 그 선택을 할까?


단 한 번의 기회로 인생 역전이 된다면? 나는 용기 있게 그 기회를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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