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름(본질)을 도둑맞은 자들의 제례
by아까그놈May 19. 2026brunch_membership's
세상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한 소녀의 용기 있는 모험과 성장 드라마라 칭송하지만, 사실 이 작품은 ‘자아’라는 고유 자산을 약탈당한 자들이 벌이는 기괴한 노동의 제례(祭禮)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려낸 신들의 목욕탕 '유야(油屋)'는 낭만적인 온천이 아니다.
그곳은 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증기와 웅웅거리는 기계음, 그리고 등급별로 분류된 '손님(신)'과 그들을 접대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저당 잡힌 '노동자'들이 얽혀 돌아가는 거대한 '자본의 공장'이다.
유바바의 마법 : 이름(Name)을 번호(Number)로 바꾸는 연금술
목욕탕의 주인 유바바는 인간 치히로에게서 '치히로(千尋, 천 가지를 찾아 헤매다)'라는 본질적인 이름을 빼앗고, 오직 '센(千, 천)'이라는 숫자만을 남긴다.
이것은 단순한 개명이 아니다. 한 인간의 복잡한 서사와 인격을 '001번', '신입 사원', '계약직'이라는 익명의 효율성으로 거세해 버리는 시스템의 폭력이다.
우리는 유바바를 탐욕스러운 마녀라 욕하지만, 사실 현대 슬롯는 유바바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명함 위에 새겨진 직함과 연봉은 유바바가 내린 마법의 계약서이며, 우리는 그 계약서를 붙들고 자신의 '진짜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점점 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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