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예찬 뽀얀 위로, 허기를 달래는 흙의 정서 막걸리는 술이기 전에 '곡기(穀氣)'다.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우유처럼 뽀얗게 속을 감춘 이 술은, 세련된 도시의 바(Bar)보다는 비릿한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시장통 주막이나 비 쏟아지는 창가에 어울린다. 하늘이 낮게 내려앉고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막걸리를 떠올린다. 빗소리가 기름에 전이 튀겨지는 소리와 닮아서라는 과학적 근거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막걸리는 습도의 술이다. 눅눅한 공기 속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파전 한 점을 입에 물고, 사발 가득 담긴 막걸리를 들이켜는 그 순간. 차갑고 날카로운 탄산 대신, 입안을 부드럽게 감싸는 곡물의 달큰함과 큼큼한 산미가 찾아온다. 막걸리는 비 오는 날의 우울을 '서정'으로 바꾸는 가장 저렴하고도 풍성한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