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예찬 인생의 깡다구, 초록색 병의 고해성사 소주는 참 무례한 술이다. 첫맛은 기분 나쁘게 쓰고,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땐 가차 없이 할퀴고 지나간다. 그런데도 우리가 이 술을 끊지 못하는 건, 세상이 나에게 주는 쓴맛보다 소주 한 잔의 쓴맛이 차라리 더 정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스무 살, 아버지는 투박한 손으로 내 잔에 소주를 가득 채워주셨다. "술은 어른한테 배워야 한다"는 진부한 말씀 뒤에 따라온 첫 잔. 입술에 닿기도 전에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소독약 냄새에 미간을 찌푸리며 털어 넣었을 때, 아버지는 허허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 쓰지 ? 그게 인생의 맛이다 . 삼키고 나면 단맛도 올 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