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한때 친하게 지냈던 나보다 한 살 많은 언니. 에니어그램 4번 유형, 성적본능이었다. 아마도 그 번호가 같아서 그런지 아들과 그 언니가 오버랩되는 것 같다.
일 마치고 친구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는 날이 정해져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주머니사정이 좋지 않았고,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 먹고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전부였다. 한 번은 친구가 회사언니라고 하면서 누구 한 명을 데리고 왔다.
그때는 소설을 쓰던 때라서 친구하고 할 말이 많은데 누가 끼어든다는 게 싫었던 것 같다. 친구하고 우리가 쓴 소설로 짧은 잡지를 만들던 시기라서 할 말이 많았다. 나도 자의식 높고 주변 배려를 못하던 때였다. 그런데 그 언니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강렬했다. 나를 꿰뚫어 보는 눈이었다. 그 언니가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다가왔고, 나도 점점 마음을 놓았다. 우리가 급하게 친해지는 바람에 내 친구가 서운해해서 싸우는 일도 생겼다.
관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그랬는지 나중에는 친구가 친구 K를 데리고 와서 4명이 친하게 지냈다. 컵라면 사 먹고 커피 마시고 노래방 가고 싸우고 화해하고 그런 시간들이 무한한 것처럼 쌓였다.
나는 친구가 별로 없는 편이라서 그 관계가 더 소중했던 것 같다. 하지만 친구와 내가 비슷하게 결혼하고 아들 낳고 키우는 동안 두 사람이 남았다. 그리고 친구 K도 결혼해서 지방으로 이사 가고 그 언니 혼자 남았다. 우리 아들이 유난히 반짝거리는 눈동자로 나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그 언니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