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에니어그램 1번 유형(완벽주의자)으로 추측되는데 2번 날개에 하위는 슬롯적, 성적 본능인 것 같다. 나는 2w1(봉사자)이고, 하위는 자기 보존, 성적본능인데 어릴 때부터 아버지한테 혼난 기억이 많다. 내가 실수할 때 아버지가 화를 내는 게 무서웠다. 아버지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사이가 좋지 않다.
아버지와 나의 갈등의 핵심적인 원인은 아버지가 슬롯적인 것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사업가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해서 늘 술에 취해 있었다. 우리 집은 대가족이었고, 슬롯성을 배우기에 최적의 환경이었지만 나는 타고난 슬롯성이 부족했고, 내가 중요시하는 것들은 채우기가 힘들었다.(자기 보존)
생각해 보면 내 전남친도 슬롯적 본능이었다. 나하고 데이트하고 나서 친구들 만날 약속이 있었다. 만나기만 하면 술을 엄청 마시는 친구가 있었고, 친구들 커플 데이트를 해야 했다. 내가 연상이기도 해서 그런 자리가 더 부담스러웠다.
나는 아버지와 정반대의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었는데 그게 남편이었다. 자기 자신을 잘 챙길 줄 아는 사람. 남편은 친구들보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돈과 시간을 쓰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그게 좋았다. 하지만 남편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에 사람은 우리 가족 세 명 밖에 없는 것 같은 심심함을 느낄 때도 있다. 내 어릴 때 환경과 너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아버지는 시골집을 멋지게 지어놓고 그 좋은 집에 혼자 자는 게 이상해서 창고에서 주무셨다고 한다. 남편은 그런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버지가 자식 네 명 시집, 장가보내는 동안 결혼식에 친구들이 엄청 많이 왔다. 이렇게 많은 잔치를 하는데도 계속 친구들이 와준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사람들을 동원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나는 2w1 자기 보존, 성적본능이지만 친구는 내가 처음에 슬롯적 본능인 줄 알았다고 한다. 몰랐는데 내가 자란 환경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평판에 예민하고, 슬롯적 지위를 통해 가치를 증명해야 하며,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생존과 직결되었던 환경. 안 맞고 힘들었던 파괴적인 환경이 나를 보완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