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시간

개똥시(Blue Hour)와 장국영을 추억하며

by임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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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사진이다. 누구나 다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사진을 진귀한 보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캡처를 한다. 장국영이다. 세상을 조롱하고 조소하는 눈빛이지만 멸시나 혐오는 없다. 목소리는 육체의 것인 만큼 영혼의 것이다. 패왕별희를 다시 보고 싶다. 난 장국영을 너무 좋아한다. 해가 지고 파란 시간이 찾아왔다. 저무는 노을빛과 밤의 푸른 빛이 섞여 늑대인지, 개인지, 사람의 얼굴이 누구인지 잘 분간되지 않는 아련하고 경계가 모호한 시간이지만 이 순간은 아름답다.


"형 뭐 해?"

"글 써."

"잘 써져?"

"뭐. 죽을 맛?"

"그럼, 나와. 소주 한잔 하자."

"응."


맥주 한잔은 거절해도, 소주 한잔 하자는 말은 거절할 수가 없다.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다. 주거니 받거니, 몇 순배의 잔이 돌고 돌면 기분이 좋아져 우리 아이들 키울 때 행복했던 순간들을 꺼내고 사진들을 소환해 보며 웃는다.


"이런 사진이 있었어? 운동회네? 나 보내줘."

"어. 보냈어. 와, 이때만 해도 우리 형 총각이었네. 형 이 사진도 잘 나왔다. 봐봐."

"와, 우리 둘 다 완전 애기들이었네. 그러고 보니까, 내가 널 첨 본 날이 이 날인 거지?"

"그럴걸. 나도 형 이때 첨 봤으니까."


이 친구는 피부가 까맣다. 장국영처럼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나름 인물이 좋다. 깔깔거리고 순간 너무 웃겨 나도 모르게 물개 박수가 터져 나오다 보면, 해가 지고 파란 시간이 찾아온다. 그 시간 속에서, 이 친구의 얼굴이 우리 오래된 기억처럼 파란 시간을 따라 술에 취해 백인처럼 하얀색으로 변할 때가 있다. 그러면 그 하얀 얼굴이 너무 예쁘다. 붉은 해가 모습을 감추면 파란 시간이 사라지고 이 친구의 얼굴도 다시 빨갛게 변했다가 곧 다시 까매진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장국영을 앞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


"근데,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냥 형 얼굴 본 지 오래되어서."


고맙다. 파란 시간이 끝나간다. 이 친구의 눈에 나란 사람은 어떻게 보일까. 끝내 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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