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감각

난 도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by임경주




몇십 년 전의 일이다. 글을 너무 못써서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구나 싶어 한콘진에서 주관하는 창작스쿨에 다녔었다. 경쟁이 참 높았는데 어떻게 합격했고 주말마다 서울 목동에 가서 수업을 받았다. 또 쓴 글에 대한 평가를 받았었다. 그때 동기들 30명 중에 앞에 나와 자기소개를 하는데 내 글이 분명 팔리기는 팔리는데 도대체 왜 팔리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어 여기까지 왔다는 아주 독특한 친구와 급속도로 친해졌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고, 작품을 몇 개 같이 해서 나름 성과를 냈었고 또 의기투합해서 공동작품을 하나 진행 중인데, 이 친구는 지금도 자기가 글을 참 못쓰는 사람 중에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는 남들이 생각 못하는 틈새를 찾는다고. 이 친구는 당시에만 해도 공모전으로 먹고사는 작가라는 소문이 있었고 작년에는 당당하게 넷플릭스에 입성해서 드라마 1위를 찍으며 드라마작가로도 성공했다.


이 친구가 작업하는 걸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면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굉장히 섬세하고 치밀하다. 사실 글 하나로만으로 가족을 부양하고 먹고산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난 형이 부러워요. 너무 부러워요. 이 친구가 술에 취하면 나에게 자주 하는 말인데, 난 오히려 이 친구의 글쓰기 태도와 그 자세와 진지함이 정말 부럽다. 또 지금의 위치도.


이건 어디에서 주워들은 이야긴데, 한글이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서 만들어낼 수 있는 단어가 1만 몇 개라고 한다. 그래, 말하기 편하게 그냥 1만 개라고 하자. 작가들은 이 1만 개의 단어를 징검다리 삼아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자기만의 생각과 뜻을 지면에 펼쳐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건 지나친 억측이겠지만 모든 글이 다 거기서 거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또 살아온 환경이 서로 다 다른 것처럼 글쓰기도 다를 수밖에 없다. 1만 자의 단어 중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배열하고 맥락을 드러내고 관점을 부각하고 리듬을 타고 생략과 강조를 거듭하고. 누군가는 이 1만 자를 다루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고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하며 매력적이다. 아주 짧은 문장에서도 그런 게 느껴지고 글감이 그림의 색감처럼 풍부하다. 난 이런 글이 참 좋다. 진짜 천재 같다. 또 어떤 이는 반대로 평이하다. 단조롭다. 응, 그래서 뭐. 딱 이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글이다. 내 글도 어쩌면 후자에 해당될 텐데, 언젠가 어떤 작가님께서 내 글에는 국악처럼 어떤 장단이 있다고 하셨다. 난 아직도 그걸 잘 모르겠다. 글자를 다루는 방식이 참 좋아 글을 읽는 그 시간이 너무 좋은 작가가 있고, 위에서 말한 치밀하고 정성이 가득하며 섬세한 작가의 글은 품격이 느껴져서 좋다. 발상이 참신하며 기상천외한 글도 좋고, 아무것도 아닌 글처럼 생각했는데 곱씹어 볼수록 그 의미가 진한 향처럼 새롭게 느껴지는 글도 좋다.


이런 생각들을 가만히 하고 있노라면 난 과연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몰라 너무 답답할 때가 많다. 말이 되면 그저 평범하고 어디서 많이 본듯한 글이고, 나만의 힘과 색깔을 넣어 개성을 살려보겠다고 뭔가 특별하게 포장해 보면 말도 안 되고 이상하다. 이런 부분들이야 말로 아마 이번 생에서는 내가 절대로 이루어낼 수 없는 타고난 감각이 아닐까 싶은 거다. 둔재에게 글 쓰기는 정말 쓰면 쓸수록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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