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박한 태도
글 쓰는 사람이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 백지를 대할 때의 마음가짐과 기본자세라고 한다. 경박한 마음으로 백지를 대하지 말라. 어쩌면 시작부터 끝까지, 글쓰기에 임하는 작가의 전반적인 태도에 해당될 수도 있는 말이라고 본다. 얼른 끝내고, 한잔 해야지. 뭐, 이 정도면 됐지. 그래봐야 돈도 안 되는 온라인카지노 글이고, 읽어주시는 분들도 한정되었는데. 더 만져야 하나? 이러한 경박한 자세로 백지를 대하는 것 자체부터가 좋은 글을 이미 포기한 것이리라.
요즘 내가 이런다. 큰일이다. 습관이란 참 무서운 것 같다. 엽편이든 단편이든 소설 한 편 쓰기가 요즘엔 너무 어렵다. 머리에 쥐부터 온다. 또 이걸 써서 막상 온라인카지노에 올리면 공모전 응모는 포기해야 한다. 공모전용, 온라인카지노용 따로 써야 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진득하니 앉아서 하루 최소 다섯 시간 이상은 여기에 사용해야 한다는 철칙이 깨졌다. 일단 시작했으면 최대한 빨리 끝내고 보자는 식이다. 이러니 갈수록 글이 망가지고 어디에 응모해도 이제는 예선도 못 가는 것 같다. 쌓아온 경험, 기술적인 감각. 분명 글쓰기와 관련한 노하우는 조금이나마 늘어난 것 같고, 예전 보다 필력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한데 나만의 착각인가 보다. 막상 되는 건 하나도 없으니. 오히려 더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거나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인데, 그래서 정말 의문이다. 나의 성장은 실재하는지,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이 실제로 나라는 사람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성공테크는 못 타더라도 망테크는 타면 안 되는데, 이미 망테크에 올라타 혼자 신나서 이리가라 저리 가라 하고 있는 것 같다.
백지를 대할 때 경박한 마음으로 대하지 말라. 댓글의 하얀 여백도 여기에 해당된다고 본다. 댓글 달기가 내 글 쓰기보다 더 어려운 온라인카지노의 특수한 생태계나 특성을 핑계 댈 것도 없다. 사람의 문제다.
이제는 어떤 패기도 없다. 힘이 빠져서 그럴 수도 있고, 더 이상 한계에 부딪쳐 좌절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처럼, 예전이라고 해봐야 최근이긴 한데 글을 진득하니 앉아서 차분하게 쓸 수 있는 날이 다시 올지 안 올진 모르지만, 백지를 대할 때 경박한 마음으로는 대하지 않겠노라 스스로 다짐해 본다. 뭐 거창하게 다시 시작해 보자. 난 할 수 있어! 이런 것도 아니다. 어디 백지뿐이겠는가, 싶은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