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인류가 자동차 엔진을 만들기까지는 만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는데, 로켓엔진을 만들어 우주로 위성을 쏘아 올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동차엔진에서 100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과학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으니, 언젠가 죽기 전에는 그 사람의 묘를 찾아가면 영혼과도 만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큰누나가 꿈이야기를 해주었다.
왜 말리지 않았어요?
큰누나가 꿈속으로 찾아 들어와 원망하는 그 사람을 사정없이 뭐라고 해서 양말을 신겨 돌려보냈다고 한다. 아팠든 어쨌든 먼저 떠난 건 너잖아. 내 동생 지금 좋은 사람 만나 잘 살고 있으니까 너 이제 그만 가라고 양발을 신겨 쫓아냈다고 한다. 그래서 과학이 발달해 영혼을 만날 수 있다면, 내 곁을 떠난 영혼에게는 더 이상 우리 누나들 꿈에 그렇게 타다만 장작처럼 새카맣고 빼짝 마른 얼굴에 맨발로 나타나 왜 말리지 않았냐고, 그런 원망 섞인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큰누나가 말한 것처럼 이젠 꿈에라도 나타나지 마라, 그런 말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언제나 그리운 게 사실이니까. 반대로 살아 있는 사람, 지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는 사람의 영혼을 만난다면 내 영혼을 먼저 심장을 까보이듯 보여주고 싶다.
너무 늙었나. 이제는 내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든 아끼고 또 아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또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만을 위해 쓰고 싶다. 뭐, 그런 맘 있잖은가. 다른 곳에는 단 1초도,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가 않은.
그곳에만 집중하고 싶다. 시간이 더 흐르면 서로가 알겠지. 좋아했으니까 그런 모진 말도 했겠지. 아무 감정 없는 사람에게 그랬을까. 내가 잘했다는 말이 아니다. 과거의 아픔과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 희석될 테지만, 여전히 남아 맴도는 미안함은 깨끗한 물 위에 떠도는 한가닥 머리카락 같다. 내 머리카락인데, 이게 뭐라고 건져내질 못하겠다. 그다음이 너무 복잡한 거다. 무서운 게 사실이고.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내게 남은 시간을 한 곳에만 집중하고 싶다. 일종의 거리 두기가 아니다. 모두에게 좋을 방법을 끊임없이 찾고 있는 것이지. 방법이 없다고 해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내게 남은 시간이, 그 사람들이 너무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