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본인들만 모르는

by임경주



그들이 모여드는 집은 마당이 없고 지붕이 낮다. 집주인은 세입자를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마당을 줄여간다. 시멘트벽돌로 벽을 세우고 슬레이트로 지붕을 올린다. 부엌이라는 공간에는 수도시설이 없다. 대충 세운 간이벽이기에 옆방의 숨소리까지 들린다. 난방시설도 없고 두 다리를 맘껏 뻗지도 못하는 이 숨 막히는 공간에서 때론 꿈을 꾸다 사채업자에게 얻어맞아가며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은 이렇다. 나는 이런 곳에서 살 사람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내일 당장이라도 지금 하는 일만 잘 풀리면,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날 수 있다.


"좀 걸을까요?"

"네, 좋죠."

"뭐 하고 계셨어요?"

"잤어요. 하루 종일. 자도 자도 왜 이렇게 졸리나 모르겠어요. 하암."

"여기."

"네?"

"아니, 머리카락에 뭐가 묻어서."

"뭐예요?"

"이거요. 무슨 새 털 같은데요?"

"아, 이거 그거다. 인형 털. 눈알 붙이고 있거든요. 하루 종일 붙이면 500원 떨어져요."

"아저씨도 같이 해요?"

"아니요. 그 양반이 이런 걸 하겠어요. 이런 거 왜 하냐고 승질만 부리지. 안 그래도 새벽까지 술 처먹고 들어와서 누구랑 땅이 어쩌고 저쩌고 시끄럽게 전화통화 하더니 또 나가더라고요. 그러고는 지금까지 안 들어오네."

"무슨 좋은 건이 있나?"

"뭐 있겠어요? 뜬 구름만 잡는 양반인데."

"뭐 하나 걸릴 겁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요. 은수아버님은 오늘 뭐 하셨어요?"

"저요? 저도 뭐 사업하나 하는 게 있어서 사람 좀 만나고…"

"사업이요? 와 뭔데요?"

"아, 동생 놈이 성인오락실을 같이 해보자고 해서요."

"친동생이요?"

"아니요. 청주에 있을 때 알게 된 동생인데요. 야무져요. 능력 있더라고요."

"청주에도 계셨어요? 몇 년 사셨어요?"

"4년 살았나? 그것도 국선 그 양반 덕에 많이 줄은 거죠. 6년은 살 뻔한 걸요."

"울 남편도 청주에 있었는데. 상습폭행에 과실치사로."

"그래요?"

"어. 뭐야? 저 인간 왜 이 시간에… 에씨, 저 먼저 갈게요."


여자의 발이 빨라진다. 남자가 뒤를 돌아보니 여자의 남편이 그만큼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의 옆을 스쳐가며 위아래로 훑어본다. 남자는 그 시선을 외면했다.


"야. 야! 저 썅년이."

"아, 왜!"


여자의 머리카락이 남편의 손아귀에 통째로 붙잡혔다.


"안 맞은 지 좀 됐지? 개버릇 남 못준다고 이제는 아주 대놓고 남자 질이냐?"

"그냥 길 가다가 인사한 거야!"

"인사를 그렇게 오래도록 다정하게 하냐? 그냥 대실을 하지 그랬냐."

"아니라고, 이 미친 새끼야!"


남자는 움찔해서 재빨리 뒤로 돌아갔다. 뒤에서 저 아저씨가 부를까 봐 발걸음이 빨라진다. 이 지긋지긋한 곳 당장 내일이라도 떠야겠다. 한데, 오백만 원을 빌려간 이 야무진 동생 놈이 전화를 안 받네. 그 돈 하루 이자만 삼십 프로짜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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