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결혼

성취에 관하여

by임경주



아이야, 아름다운 아이야.

가난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하면 남자 나이 50에는 꽃을 활짝 피운단다.




집사람에게 목걸이를 선물 받았다. 예쁘다. 결혼할 때 장인어른께서 해주신 3부 다이아반지를 이제는 내가 안 끼고 다니니까 반지에서 알만 빼내 18K 목걸이로 리폼한 것이다.


결혼을 한 번 더 하라고 하면, 이번엔 진짜 잘할 자신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결혼했다. 너무 어렸다. 가장 한이 맺힌 게 돈이 없어서 신혼여행이 엉망이었던 거다. 지금까지도 집사람에게 가장 미안한 부분이기도 하고.


결혼식 전날 친구들이랑 떡이 되도록 술을 마셨다. 돈 없는 게 서러웠고 신부에게 너무 미안하고 다들 이렇게 결혼하고 산다지만, 내 안에는 단 한 번뿐인 결혼이 이게 맞나 싶었다. 나야 그렇다 쳐도 신부는 오늘만큼은 더 빛났으면 했다. 신랑입장을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피로연에서 친구들에게 발바닥 안 맞으려고 술로 때웠는데 그래서 더 마셨고 진짜 많이 마셨다. 제주도에서 렌트사업을 하신다는 육촌인지 팔촌인지 당숙께서 공항에 마중을 나오셨는데, 이름만 호텔이지 어디 동네 여관만도 못한 곳으로 안내해 주더라. 그래도 소개해준 맛집은 괜찮았는데 좀 눈치가 있으시면 적당히 빠져줄 것이지 뭔 말씀을 옆에서 그렇게도 하신다.


둘이 산바카라을 하는데 신라호텔이 보여 기웃거렸다. 진짜 신세계에 별천지더라. 야외에서 어떤 기업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어 있고 작은 전구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남자들은 말끔한 슈트에 여자들은 끈 드레스에 첼로가 연주되고 플루트, 피아노 소리도 아름다웠다. 가장 보기 좋았던 건 그늘 하나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밝은 표정이었다. 그래서 집사람한테 내일은 저기서 자자고 하니까 저기가 얼만 줄 아냐고 싫다고 그런다. 그래서 내가 그날 다짐을 했었다. 진짜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아서 10년 뒤에 호강시켜 주겠노라고 굳은 맹세를 했었다. 진짜 세상물정 하나도 모르는 철부지 아이의 치기 어린 맘이었다.


살아보니 성취는 어느 날 한방이 아니더라. 경쟁자들은 저 앞에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 잔인한 현실은 바뀌지 않고, 내가 둔재는커녕 병신 같고 머저리 같아 보일 때가 대부분이다. 몇 번을 무너진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완전 그로기 상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계속해왔기 때문에 뭐라도 조금씩 쌓이고 누적이 된 건 아닐까. 저 먼 곳에서부터 굴러온 모래 한알도, 어느 늦가을 이리저리 흩날리다 내 발 앞에 떨어진 낙엽도, 빗물에 쓸려온 토사도, 작은 조약돌도 때론 예기치 못하게 굴러온 큰 돌도. 그리고 아내가 선물해 준 빛나는 이 작은 알도. 이것들이 계속 겹겹이 쌓여와서 지금의 나와 집사람이 있는 것이고 고인 물의 수위를 서서히 높이고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언젠가는 때를 만나면, 이 고인 물은 댐을 넘어 앞으로 흘러 나아갈 것인데, 그때는 그냥 흐르는 것이 아니라 폭발적인 역량으로 터져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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