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자기야.
아무리 돈 앞에 장사 없다지만, 언놈을 옆구리에 차고 있었는지 그렇게도 악독하게 천박한 밑바닥을 창피한 줄도 모르고 싹 다 드러내고 결국엔 십원 한 장까지도 꾸역꾸역 싹 쓸어서 다 챙겨가더니 꼴좋다. 그 돈을 네가 아닌 내가 가져갔으면 난 이미 이 지긋지긋한 곳, 악취가 진동하는 이 지붕 낮은 집에서 벗어나 신분상승에 성공했고 한국을 뜨고도 남았을 거야. 그래, 웃기겠지. 판사는 뭐 존재하지도 않는 돈과 남자로 내가 널 괴롭힌다지만 그 양반이 우리에 대해 뭘 알겠어. 답답하니까 나도 판사 앞에서 눈물이 저절로 나온 건데, 그걸 또 판사 앞에서 처벌받는 건 무서워 후회하고 반성하고 눈물콧물 질질 짤 때는 언제고 접근금지 명령 떨어지니까 이딴 소리 지껄이고 있냐고 되묻고 싶겠지. 하지만 너야말로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이 놈 저놈 몰래 만나다가 우리 돈 다 털리고 지금 그 꼴이 되었는데도 반성이라곤 눈곱만큼도 하지 않고 오직 네 기준으로만 생각하고 있잖아. 그러니 나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보이겠어. 내가 그 돈이 아까워서 하는 소리가 아니야.
근데 돈은 돈이고, 참 궁금하긴 하다. 나라는 사람이 떠오르면 여전히 화부터 나는지. 깨끗하게 정리했고 완전히 닫았는지. 어떻게든 다시 연락을 해올까 봐 무서운지.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혐오스러운지.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 그래도 꿈은 있어서 어쩌다 저따위 놈이랑 엮여버린 걸 한탄하는지. 그 잠깐 사이 좋아했던 감정이 생겨버린 걸 후회하고 또 후회하는지. 그래 맞아, 저 인간이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몹쓸 인간은 아니었다고 한 번쯤은 생각하는지. 누그러지는 마음이 그나마 조금은 있어 어딘가 마음 한편이 짠해져 오는 게 있기나 한 건지. 문득 시간을 돌이켜 보게 되면 그래도 그 인간이 잘해주고 못해준 걸 다 떠나 좋았던 기억만큼은 가져가려고 하는지.
아니면, 이 모든 것 자체를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는지. 그래서 내가 예전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면 어떻게 대답할지. 너무 두렵지만, 한번 물어는 보고 싶다. 만나서 직접 말이야. 접근금지명령? 에이, 이런 종잇조각이 뭐 중하겠어. 그렇지? 어쨌든 날 망치고 상황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든 건 너잖아. 따지려는 게 아니야.
* 첨으로 주석 답니다. 범죄자 심리묘사 연습한 글입니다. 술 한잔도 안 마셨고요, 얼의 향기에 최악의 인간을 하나 투입시킬 예정이라 그놈 심리를 확인 좀 해봤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아, 실장 놈입니다. 무식하고 없는 놈이고, 시정잡배만도 못한 놈이라 말도 일부러 구구절절 길게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