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소중한 추억
온 세상이 다 알아주었으면 싶은, 내가 요즘 너무 예뻐하는 우리 막내처남 딸 태이 영상을 친가 쪽 단톡방에 올렸다. 막내누나만 누구야? 하고 아무도 관심이 없다. 저렇게 예쁜데.
글쓰기를 좋아하는 내가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친구 따라 이과를 선택했고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같은 학교 건축과를 따라갔다. 공부를 참 못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 기적이었다. 장국영 다음으로 고등학교 내내 그 친구를 너무 좋아했었다. 그때는 동아리 선배들이 종합운동장에서 기합도 주고 구타를 해도 아무렇지도 않은 세상이었다. 친구가 먼저 동아리 활동을 해본다고 해서, 넌 다른 데도 좀 알아보라고 해서 기다렸다. 근데 얼굴이 활짝 펴서 다니는데, 나와는 연락이 뜸해지고 어쩌다 만나 놀다 삐삐 받고 가는데, 정작 우리 동아리는 들어오지 말란다. 다 쓰레기들이라고. 미친 새끼들이라고. 그러면서 정작 현실은 그 동아리 놈들과 잘만 놀고 다니는 그 친구랑 멀어져만 가는데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러다 난 군대를 지원해서 가버렸고, 제대할 때쯤 이 친구가 면회를 왔다. 자기도 군대 간다고. 그래서 잘 다녀오라고 했다. 항상 뒤만 쫓아다녔었는데. 군대 뭐 없다고 말해주었다.
난 그 친구가 속한 세계에 너무나도 속하고 싶었는데, 왜 날 밀어내고 멀리할까? 학교 다닐 때는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정말 날 위한 걸까.
가족도 그렇고 슬롯도 그렇고 각자의 바운더리가 정해진다. 누군가의 정해진 바운더리 안에 새롭게 들어가는 일은 몹시도 어려운 일이다. 용기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친구 따라 건축을 겨우 전공하고, 아무 생각 없이 반도체 회사에 공채로 입사했다. 그 때나 공채지 지금은 사채다. 누구에게나 경쟁할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닌, 이제는 사람이 사람이 필요해 자기가 직접 일해보고 뽑겠다는데 누가 스펙 좋고 학력 좋은 걸 예전처럼 먼저 따질까. 저 새끼가 과연 나랑 내 새끼들이랑 잘 어울릴지 그것만 보는 게 요즘 취업현실이다. 그만큼 슬롯가 변했다.
회사생활 2년이 되었을 때 이건 진짜 아니다 싶었다. 그때부터 죽기 살기로 글을 쓰고 바카라을 읽었다.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자만해왔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선명한데 그걸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정작 난 이렇게 글만 쓰고 살아갈 인생이었는데 왜 젊고 화려한 시절에 스스로 원하였다고 착각한 이과에 건축에 반도체 회사로 평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이제는 이해가 된다. 왜 타인의 바운더리 안에서 그저 묵묵히 견뎌내고 참고 살아왔던 걸까.
난 아직도 내 바운더리가 정확히 어떤 곳인지 누구인지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온라인카지노에서 처음 했던 협업, 크리스마스 악몽 때가 정말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행복하고 즐거웠던 것 같다. 그때가 정말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