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바뀌지 않는, 돌이킬 수 없는
남들에게는 별것도 아닌 밤이다. 남들 다 잠자리에 드는 밤, 그가 갓 끈을 꽉 조여 매고 집을 나선 건 하나의 사건이었다. 응원해 주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다. 그의 전반적인, 고질적인 문제를 포함한 아주 잘못 살아온 인생 전체를 말해준다. 독특한 사고가 문제다. 김초시는 다 좋은데 그 이상한 사고가 문제라고, 남들이 말한다. 김초시가 -남들이 주장하는- 이 사실을 받아들였을 때는 이미 늦었다. 집을 지키는, 하나 남은 계집 종마저도 결국엔 도망쳤다. 잡아올 추노를 보내지도 않았다. 그도 안다. 늦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가 다시 밤 길을 걸으며 사고를 고치기로 결심한 건, 오래된 사고의 지겨움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사고의 사고를 뛰어넘기 위함이니 이건 하나의 사건이다.
다들 비싼 돈을 들여 해외로 나간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는 압도적인 장관을 마주하면 사진을 찍고 인스타에 올린다. 김초시의 먼 후손 K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그 어떤 감흥조차도 느끼지 못한다. 고립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하지만 이미 고립된 그의 관심은 오롯이 그의 내부로만 향해 있다. 불규칙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그곳에서 K가 찾는 건 뭘까. 어쩌면, 참으로 불쌍한 인간일지도 모른다.
어느 집은 사냥개를 묶어두고, 어느 집은 예쁜 꽃들이 만개했다. 이름 모를 꽃들의 꽃말은 영원히 모르는 게 낫다. 사냥개가 사납게 짖으면 덜컥 겁이 나고 저 목줄이 풀리는 무서운 상상을 하게 된다. 맞서 싸울 수 있을까. 지금 이 장소는 몰락하기 전 김초시의 생활터전이다.
시간이 붕괴된다. K가 서있는 곳, 김초시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들이 변화된다. 구름이 빠르게 흐르고 해가 몇 번을 넘어간다. 산이 깎이고 들판이 사라지는 이 자리에는 높은 시멘트 건물들이 들어섰다. 다만 한 가지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김초시와 K의 유전자다. 이미 망할대로 망한 놈의 유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