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도움이 될까 해서
우리가 글로 펼쳐내는 이야기 속의 집에는 송새벽 같은 배우도 살지 않고 마샬과도 같은 뛰어난 스피커도 없다. 화려한 샹들리에도 없다. 밖으로 나가본다 한들, 고궁과 억겁의 세월을 지나온 암벽과 용암을 내뿜는 화산과 장가계와도 같은 대자연의 장관도 없다.
오직 텍스트만으로 이걸 구현해 내야 하는데 그걸 해낼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흔하고 보편적이며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기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기호는 하나의 아이콘인데, 이 아이콘을 사용하는 것이 수많은 형용사나 구구절절한 설명을 나열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볼까.
-수천 년의 세월, 오래되고 웅장하며 역사적 의미가 깊고…-
이렇게 열 줄 쓰는 것보다 고궁이라는 이 한 단어가 독자의 머릿속에 상당한 양의 정보를 불러낼 수 있다. 기호는 하나의 아이콘이자 압축파일이다. 글을 쓸 때 조금만 더 잘 생각해 보고 찾아보면 이런 기호들이 늘 당신 곁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프로와 아마는 내 글이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 마인드와 컨셉의 효율성 딱 이거 두 개로 갈린다. 프로는 자신만의 콘셉트가 명확하다. 마인드는 예수도 부처도 내 세계관 안에서는 그저 하나의 도구이자 재료일 뿐이고 전지전능한 신 그 위에 군림한다. 명확한 컨셉을 효율적으로, 자유자재로 다루는 뛰어난 글솜씨를 가지고도 내가 무슨 프로야, 하는 작가가 있다면 평생 아마다. 더 큰 문제는 마인드만큼은 뛰어난 프로인데 컨셉을 다루지도 못하면서, 이해 조차 하려고 하지도 않는 글쓰기 태도다. 여기엔 나도 포함된다. 그래서 작가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갈 정도로 고민하고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
텍스트로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과정에서 설명만 잔뜩 늘어놓으면 글은 이미지와 사운드를 잃게 된다. 화산의 폭발은 새빨간 용암을 내뿜지 못하고 귀에 들리지도 않는 추상적이고도 어설픈 노래로 끝난다. 그 글에는 송새벽도 없고 마샬과도 같은 스피커도 없다. 화려하고도 눈부신 샹들리에는커녕 그저 보이지 않는, 말 그대로 어두운 지면일 뿐이다. 읽는 사람도 곤욕이다.
기호를 사용하면 글은 이미지가 선명해진다. 어설픈 기교로 가득 찬 상징과 은유, 나만의 색깔을 넣고 싶은 욕심은 이것이 이루어진 그 다음이다.
기호를 사용하는 방법은 계속 쓰면서 스스로 그 감각을 터득하는 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다. 노력하면 된다. 그대가 글을 통해 목놓아 부르는 화산의 노래가 언젠가는 새빨간 용암과 천지를 뒤엎는 폭발적인 소리로, 지면을 뚫고 세상밖으로 터져나가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