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새빨간 불 앞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생각이란 걸 하는 건지,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 건지 나도 모를 때가 있다. 말 그대로 멍하다. 불만 보고 있다. 장작을 많이 넣으면 불이 살아나 춤을 추는 것 같다. 그 화려한 불을 보고 있노라면 시각효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복잡했던 머릿속이 다 비워지는 무의 느낌이다. 내가 뭘 해야 할까? 이 의문 자체가 사라진다.
하지만 생각에도 우선순위가 있어, 가장 먼저 저절로 떠오르는 생각들과 아주 오래된 생각들이 서로 맞물리고 교차할 때가 있다. 서로 뒤엉키다가 결국엔 나로 되돌아온다. 후회. 그때 그랬으면 어땠을까. 왜 그땐 몰랐을까.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 불을 보고 있어도 다시 떠오른다. 내가 뭘 해야 할까?
그저 멍하니 불만 바라보면 근육이 쉬는 것처럼 뇌도 휴식을 취하는 건 맞다. 빨간 불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물음만 남는다. 내가 뭘 해야 할까?
더 웃기는 건, 참나무 향이 집까지 따라오면 그때는 또 싫다. 머리를 몇 번이나 감아도 불냄새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 불냄새에, 정리된 줄 알았던 생각들이 다시 뒤엉킨 실타래처럼 떠오른다. 내가 뭘 해야 할까. 난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