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재미 읎다

by임경주



진짜 재미없다. 뭘 해도 재미없고 뭘 해야 재미있는지 조차도 모르겠다. 뭘 하고는 있는데, 그래서 나름 기분이 좋을 때도 있는데, 결국엔 다 재미없다. 성취의 엔진은 아직 엄청나게 강한데, 그 엔진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길을 잃어버린 거 같다. 기준이 무너졌다. 몸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삐걱거리는데, 머릿속의 엔진은 여전히 빨간 등을 켜고 폭주하듯 돌아가고 있다. 이 간극을 어이해야 하나.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이젠 없고, 그래봐야 뭐 하나 싶고 도대체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을 해보지만 모르겠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몇 있는데 보면 뭐 하나 싶다. 술 한잔 안 마셨는데, 멀쩡한 컵을 잘못 건드려 쏟기도 하고 쉬는 날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회사에 가지고 다니는 텀블러에 커피를 타기도 한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은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하루 5천 자는 써 내려간다. 이건 나와의 약속이다. 장르작가의 숙명이다. 단발로 끝내는 산문도 아니고 장편소설 5천 자 말이 쉽지, 저기 저 뒤에 따라오는 지금은 보이지도 않는 구성까지 고민하면서 3천 자 정도 쓰면 빨리 끝내고 싶어진다. 허리도 아프고 목은 결리고. 잘못되어 담이라도 오면 2주 간다. 끙끙 앓는다. 그래서 속전속결로 끝내야 한다. 이걸 끝내면 나 스스로 나에 대한 모든 것이 용서가 되어 오늘 하루는 무장이 해제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술 한잔 한다.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쒸레기 같아서 지겨워도 억지로 5천 자를 쓰는데, 문득 생각해 보면 난 온라인 게임인이고 성실하다. 연봉도 높아 돈도 나름 잘 벌고 많이도 모았다. 글 쓰느라 돈 쓸 시간이 없다. 그런데도, 난 대체 왜 이럴까? 주변에서 자기 온라인 게임 얘기하면서 뭐가 힘들고 뭐가 어쩌고 하는 얘기들을 듣고 있으면 투잡을 단 한 번도 안 해본 것들이 도대체 뭐가 힘들다고 저리도 엄살일까. 난 너네들이 겪는 그거에 또 하나의 일로 20년 동안 모든 것을 다 쏟아부어도 더 노력해야지, 내가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이런 생각만 하고 있는데, 뭐가 그리도 힘들다고 짜증에 엄살에.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지만 할 수가 없다. 이건 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외롭다. 진짜 너무 외롭다. 외로워 미치겠다. 사는 게 정말 재미없다. 더 살고 싶지가 않을 정도는 아니지만 진짜 재미없다. 지겹다. 너무, 너무 재미 읎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선 글 이거 죽을 때까진 써야지. 이러고 있다. 미친놈. 진짜 미친놈. 글이나 잘 쓰면서. 누가 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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