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얼. 그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여도 그랬을까? 예쁜 건 둘째고 그 아이의 착한 마음씨 때문이었다. 아이 하나 지키고자 온 마을 사람들이 돌아가며 보초를 섰다.
내가 저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 있다는 게 좋아.
마을사람들은 저수지 옆 버려진 흉가를 도깨비집이라고 불렀다. 그 집에는 어른이 옆에 있어야만 나타나지 않는 괴물이 산다. 비행청소년들이 도깨비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실성해 버렸던 사건이 발생했다. 엄마아빠도 못 알아본다. 풀린 눈으로 침을 질질 흘리며 괴물이 온다고만 말하는 소년들의 모습은 마을 사람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비슷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자 도깨비집을 불질러 없애버리자는 의견이 모아졌었다. 하지만 그 집이 간절하게 필요한 사람이 있었다. 부모의 무바카라임한 행동으로 빚더미에 몰려 도깨비집을 찾아 들어간 건 할머니의 선택이었다. 여섯 살 얼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다. 건강했던 할머니가 생의 저녁에 이르렀을 때 얼은 괴물을 보기 시작했다. 새카만 기름덩어리 같은 괴물은 얼 안의 아이를 찾았다. 하지만 얼의 안에 있는 건 너무 일찍 자라 버린 걱정과 근심, 짐과 바카라임이었다. 괴물은 얼의 주변을 맴돌았다.
오늘은 마을의 골칫덩어리자 문제 어른인 진향기가 보초를 서는 날이다. 향기의 안에는 얼 또래의 아이가 살고 있는데 이 사실을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잘 모른다. 그저 나잇값도 못하는 철부지 어른인 것이다.
아저씨, 아저씨. 제 이름은 몽키예요.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얼이 반침에 나와 원숭이 인형으로 향기에게 말을 걸어왔다. 마당만 보고 있던 향기가 고개를 홱 돌렸다.
지금 나랑 놀자는 거야? 내가 니 친구야?
…
얼이 예기치 못한 반응에 화들짝 놀라서 울상이다.
뭐야? 울어?
아니요? 흥.
얼이 벌떡 일어나 방안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친구가 될 수도 있죠.
방문이 살짝 열렸다. 몽키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건 안 돼. 왜냐면 나는 널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지 놀아주는 사람이 아니니까.
지켜도 주고 놀아도 주면 안 되나요?
바라는 게 많네. 염치 좀 있어라.
염치가 뭐예요?
나도 잘 몰라. 그런 거 있어.
눈치, 코치.
그런 거 아냐.
왜 화났어요?
그럼 화가 안 나냐?
저 때문에요?
아, 몰라. 말 시키지 마. 졸려.
졸리면 안에서 주무세요.
야. 다른 아저씨들도 그러냐?
뭘요?
졸리다고 거기 들어가 자냐고.
그러기도 하고 안 그러기도 하고…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는 거 아니라고 울 엄마가 그랬어. 난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그러면 저도 여기에.
얼이 방문을 열고 반침으로 다시 나왔다. 향기가 하품을 늘어지게 한다. 괴물이 그들 사이를 맴돌고 있었다.
도대체 뭘 쓰고 있는 거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