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본 여자

관계의 회복

by임경주



핑계라면 핑계일까. 뭘 더 알아볼 힘이 없다. 글 쓰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에 항상 찐이 빠져 있는 상태다. 만사가 다 피곤하다. 자료조사를 더 해야 하는데 다 때려치우고 또 캠 가고 싶다. 혼자 불멍 때리고 싶으다. 어제는 거리에서 우연히 어떤 사람을 보았다. 내가 분명 아는 사람이다. 생각이 안 난다.


누구야?

뭐가?

아는 사람 아니야?

읭? 뭔 소리야. 저 사람이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근데 왜 쳐다봐?

예쁘니까. 멋지네. 어떻게 저런 유전자가 다 있지? 옷도 잘 입네. 글도 잘 쓸 거 같아.

미쳤구나.

미치긴. 지극히 정상이지. 눈이 저절로 돌아가는 걸 어쩌라고. 나도 남자야.

아냐. 아는 사람이야. 틀림없어. 단지 예뻐서 본 눈이 아니었어.

어. 맞아. 아는 사람이야.

누군데. 말해봐.

기억이 안 나.

헐. 잘 생각해 봐.

그러고 싶은데 힘들어.

그냥 글 쓰는 거 말고는 다 귀찮아?

아니. 힘들다고. 귀찮은 게 아니라. 사과가 두 개 있어. 하나는 아주 크고 맛있어 보이는 사과이고 하나는 그저 그런 사과야. 정말 친한 친구가 하나를 달라고 하면 넌 어떤 사과를 줄 거야?

음. 생각 좀 해보고.

난 두 개 다 줄 거야.

왜?

생각조차 하기도 싫어. 그냥 다 줄 거야.

심각하네. 왜 그러고 사니.


난 글쓰기를 제외한, 뭘 살 때라든지 또는 뭘 해야 할 때 제대로 알아보는 게 없다. 그냥 이거다 싶으면 지르고 본다.

불편해도 거기에 날 맞춘다. 남들이 놀란다. 좀 더 알아봐야 하지 않냐고. 그래. 알아보면 좋겠지. 좀 더 싸게 살 수도 있고, 나에게 더 맞는 것들이 있을 테니까. 근데 그게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왜냐면, 지금 당장 글 쓰는 거부터 시작해 알아볼 게 천지빼깔이라. 그래서 그냥 글 말고는 다 대충대충 한다. 이미 고착되어 버렸다. 그런다고 글을 잘 쓰냐. 아마 이렇게 오래 쓰고 노력해도 필력이 늘지 않고 그대로인 사람은 이 지구상에 나뿐일 것이다.


고독과 외로움은 다르다.

고독은 스스로 선택한 거리다. 거기에는 언젠가 누군가와 연결될 수도 있다는 희미한 기대가 남아 있다. 반면 외로움은 기대할 것도, 바랄 것도 없다. 외로움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통로의 문제다. 사람은 있는데 닿지 못한다. 마음은 있는데 전달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아프다. 나란 인간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아야 바로 잡을 수가 있을 텐데 그걸 알아보려 하지를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억지로 그러는 것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 여기에 사용할 에너지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어떻게든 되겠지라기보단, 그저 하루하루를 글과 함께 살아갈 뿐이다. 그래서 외롭고 고독하나 보다. 타인과의 관계 이전에 나 자신의 관계부터가 끊어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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