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계절

수확의 계절

by임경주




어딘가에 글을 보내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좀 잔인한 시간이다. 올해는 공모전 안 한다, 진짜 다시는 안 한다고 해도 어느새 네 건 했다. 글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된다. 좀 다른 게 있다면 예전처럼 목을 메지 않는다? 뭐, 될 놈은 될 것이고 안될 놈은 안될 것이라는 걸 이제는 잘 알기에 그냥 내가 한 최선의 노력에 하늘의 뜻을 기다려 본다. 대천명? 이럴 땐 참 좋고 편한 말이다.


날이 더운 탓에 집사람도 그렇고, 통 입맛이 없어 뭘 먹어야 하나 또 뭘 해줘야 좋아라 할까 고민하다가 우렁쌈장이 갑자기 떠올랐다. 우렁을 밀가루랑 식초 조금 해서 박박 비벼서 씻고, 양파랑 버섯을 잘게 썰고 들기름에 볶아 향을 올리면 거의 끝이라고 본다. 여기에 고추장 된장 섞어 끓이면 어떤 야채든 밥이든 찍먹도 맛있고, 쌈먹도 맛난다. 여기에 삼겹이 또 살짝 올라가면 소주 안주로는 기가 막히다. 이런 생각만으로 일찍 회사에서 나왔다. 불금이라 그런지 도로에 꽉 막혀 시간을 보내는데, 이럴 거면 왜 일찍 회사에서 나왔나 싶었다.


마트에 들러 장을 보는데, 우렁쌈장에 각종 모둠야채를 먹고 싶어 야채를 이것저것 막 주어 담았다. 알배기 배추도 샀다. 집에 들어왔는데 주방이 개판이다. 내가 이 꼬락서니 보려고 일찍 서둘렀나 싶다. 주방을 정리하고, 밥하고 미역을 살짝 데치고, 오이를 채 썰고 청양고추에 양파도 썰어 냉국을 만들어 냉동실 저 안쪽 깊숙한 곳에 보관한다. 이건 집사람에게 내가 사랑받는 비법? 뭐 그런 거다. 타이밍 봐서 얼음 동동 띄어 앞에 내주면 엄청 좋아라 한다. 간? 그건 각자 선호하는 입맛이 있어서 내가 이 자리에서 딱히.. 중요한 건 짜거나 달면 안 된다.


이제 곧 수확의 계절인데, 동시에 잔인한 계절이다. 난 과연 올해의 가을 끝에 무엇을 거두어들이게 될까? 또 어떤 상실감에 외로워할까. 여전히 빈손이어도 좋다. 내 삶이 그리 나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이변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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