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은 빠르게, 감성은 느리게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내 아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만 잘 자라주기를 바라면서도, 이왕이면 똑똑하게 커주기를 바란다. 사실 그보다 더 큰 바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이가 잘 먹고, 잘 웃고, 안 아프고, 영특하게 까지 자라준다면 그건 최상이다. 최상의 최상이다. 부모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가지를 꼭 알아야 한다.
아이의 지성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자랄 수 있다.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때로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부모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놀라운 속도로 성장한다. 무서울 정도다. 지성은 지성을 잡아 삼키며 발달한다. 이것이 지성의 힘이다.
반면 감성은 다르다. 감성은 반드시 제 나이를 먹어야 한다. 시간을 먹고 자란다. 시간과 비례한다. 거기에 하나의 제약이 따른다.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해 줄 진짜 어른이 곁에 있어야 한다. 뛰어난 감성은 경험과 관계, 상처와 이해를 통해 시간을 두고 조금씩 성숙해진다. 부모가 갈등을 대처하는 자세, 태도를 보고 배운다.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따라 배우는데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이걸 못 배우고 몸만 커지는 아이들이 꽤 많다. 그래서 자라지 못한 감성 안에서 발달한 높은 지성은 오히려 위험할 수가 있다. 때론 굉장히.
지성은 뛰어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 논리는 완벽하지만 공감하지 못하는 아이, 자신의 능력을 타인을 누르는 데 사용하는 아이는 결국 스스로도 행복해지기 어렵다. 그런 모습은 주변 사람들에게도 상처를 남긴다. 그래서 아이를 키울 때는 똑똑함만을 칭찬해서는 안 된다. 부모부터가 서로 잘났다고 싸우지 말고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고 아껴야 한다. 아이의 감성은 그런 모습을 보고 자란다. 배려하는 마음, 굉장히 큰 용기에서 다만 아주 작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에서도, 사랑한다는 말과 표현, 미안하다고 말할 줄 아는 마음과 깊은 아량. 겸손.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할 줄 아는 감성은 곧 우리 부모의 뒷모습이다. 한 사람이 제 멋대로이고 그런 노력을 안 한다고 해서 나 역시도 모른다며 노력과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이건 굉장히 못난 부모다. 한쪽이 안 하면, 어느 한쪽이라도 분명 노력해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문제다. 문제 아이는 없다. 문제 부모만 있을 뿐.
지성과 감성은 서로를 견제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완성하는 관계다. 지성 없는 감성은 무능하고 방향을 잃기 쉽다. 감성 없는 지성은 겉은 멀쩡해 보여도 그 사람의 일생 전체를 통해 아프게 한다. 그 주변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다. 이미 성장 과정에서 여러 문제를 만났는데 그걸 해결하지 못해 속이 뒤틀려 있고, 꼬일 대로 꼬여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뛰어난 머리만이 다가 아니다. 그 머리를 따뜻하게 사용할 줄 아는 마음, 그 지성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수 있는 깊은 감성, 결국 삶의 태도다. 성숙한 어른, 현명한 부모를 통해서 획득되는 사랑이고 그 사랑의 실천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