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지 않으리

어떤 감각, 특별한 선

by임경주


어떤 기억보다는, 아련하게 새겨진 감각일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등 뒤에 업혀 있을 때 들은 숨소리는 기억일까, 감각일까. 포근함, 따뜻함, 어떤 애처로움. 엄마의 등처럼 넓고 안정적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좋았던 내 누이의 등. 엄마와는 다른 냄새. 비누, 샴푸.

아무리 어려도 뭔가를 알았던 것 같다. 아이가 아이를 업고 있다는 걸. 시간이 흘러 나이를 먹으니 그리움까지 더해진다.


어디로 가는 길일까. 이제는 사라지고 없을, 코스모스가 만발한 길을 벗어나 어느 좁은 골목길로 향하는데 걱정스럽다. 집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잘 알지만 발걸음의 진동을 따라 스쳐가는 담벼락에 눈으로 낙서를 남긴다. 나만의 선을 그려본다. 긴 머리카락 끝이 내 이마를 자극한다. 손이 꿈틀거린다. 엄마의 머리카락이었다면 맘껏 만졌을 텐데.


그저 가만히 숨을 죽인다. 날 업어주는 이의 등에 귀를 바짝 대고 등을 통해 들려오는 숨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잠깐, 잠들었을까. 날 이기는 엉덩이 힘에 두 눈을 떠본다. 가는 길목마다 이름 모를 들꽃이 돌담 사이로 피어 있었다. 내가 아는 동네 똥개들이 뒤로 물러난다.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면 놀라움과 짠함의 인사가 되돌아온다. 오메, 너 왔냐? 시상에. 등에 막둥이냐? 네, 우리 막둥이요. 서울 생활 안 힘들어? 네. 할 만해요. 엠병, 참말로 고등학교도 못 가고 뭔 놈의 팔자가. 뭐 어때요. 괜찮아요.




등 뒤로,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들려온다. 그 노래를 지금도 기억한다. 엄마가 좋아했던 노래다. 목숨 걸고 쌓올린 사나이의 첫사랑. 미워하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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