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자리
좋은 곳, 좋은 사람들. 예기치 못하게 찾아온 아픔을 이겨내자. 가족들이 모였다. 난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항상 밥맛은 있었다. 하지만 처음이었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소주 세 잔만 마셔도 토하는 신기한 경험을 다했다. 지금은 뭘 좀 먹고 산다. 사실, 아직까지도 여전히 원망스럽다. 말 좀 해주지. 그 반듯한 모습으로 작은 아버지, 작은 아버지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 짜식아, 잘도 물어봤잖아. 왜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했던 거니.
항상 그랬던 것처럼 바리바리 싸들고 230킬로를 달렸다. 기름값이 좀 싸면 스포츠모드로 전환 시 3500cc 분사엔진에 야수로 돌변하는 내 차의 드라이빙 맛을 원했지만 그냥 끝까지 얌전히 갔다. 난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사람이다. 겨우 참았다. 불나방도 그 시기가 있나 보다.
음식을 어떻게 준비하냐고 많이들 묻는다. 1인당 300그램 생각하면서 장을 보면 된다. 거기에 내 개인적으로 어떤 사람이 너무 좋아 그 음식을 꼭 먹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조금 오버 되게 준비될 수밖에 없다. 부족한 거보다 남는 게 낫다.
마지막은 항상 라면이다. 다들 똑같이 10원짜리 비행기를 태워준다. 어쩜 넌 라면도 맛있니? 하지만 내가 정말 원했던 말. 심지어. 심지어 라면도 맛있어. 이 말은 끝내 누구의 입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난 가족이든, 친구든, 동네 모임이든 내가 장을 보고 요리하고 치우는 걸 좋아한다. 뭐 다른 이유는 없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다. 둘째 매형이 산에서 엄청난 장작을 해왔다. 식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캠프파이어를 즐기는데 혼자 조용히 우리가 놀고먹었던 자리를 정리했다.
난 그냥 이런 게 편하다. 익숙하다. 생각할 게 많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