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산은 닮아 있다

다 알면서 모른 척

by임경주



지성의 출발은 이것과 저것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출발은 매우 단순하다. 아이가 엄마와 아빠를 구분하고 더 나아가 호랑이와 고양이를 자연스레 알아가는 과정이다. 아이는 더 나아가 지성으로 세상을 구분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현명하고 성숙한 어른을 만나 인성까지 획득하고 진짜 성장을 이루어내지만, 어떤 아이는 그 숨은 우연과 운명에 희생당한다. 겉모습만 어른이다.


지성의 출발, 이 출발은 총구를 떠난 총알처럼 한 아이가 성장하면 할수록 그 도착점은 극과 극으로 나누어진다. 굉장히 똑똑하고 인성도 바르고, 똑똑하지만 인성은 쓰레기고, 좀 멍충한데 인성은 진국이고, 멍청하고 인성도 쓰레기고. 마지막은 최악이다.


이 산과 저 산이 서로 닮아 있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그 차이가 있고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모든 산이 그 산이고 모든 도로가 그 도로다. 그래서 심각한 길치다. 이건 호랑이와 고양이의 차이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그냥 둘이 닮았다. 그것뿐이다. 더 이상의 관심도 없다. 서로 어떤 차이, 어느 부분으로 인해 왼쪽은 호랑이고 오른쪽은 고양이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하는데, 그걸 굳이 알고 싶지가 않다. 누가 가르쳐 주면 앞에서 수긍은 하는데 뒤에서는 딴생각한다. 며칠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그래서 그 머리로 도대체 어떻게 글을 쓰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네 번째다. 최악이다. 그래서 난 애초에 첨부터 혼자 살아야 했었다. 착각하고 살아왔다. 세 번째라고.




잔뜩 취해 누군가를 불렀다. 그러고는 된장 같은 소릴 했던 것 같다. 어쩌면 좋니, 증말…

사유의 방향감각까지 길치가 되어버리면, 그땐 정말 답 없다. 정신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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