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임계점

이대로 돌파냐, 아니면 한 발짝 물러서느냐

by임경주



한계점은 말 그대로 한계다. 하지만 지금은 임계점이다. 확신한다. 돌파할 수 있다. 물이 끓어오르기 일보직전이다. 물은, 기체로 변화될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20년이 걸렸다. 미친 듯이 써댔다. 쓰고 또 썼다. 외부의 자극에는 도통 관심 없고 오직 내부로만 향했다. 외부의 자극이라면 캠핑이 전부다. 아들 초등 저학년 때부터 시작했으니 꽤 되었다. 그곳에서도 글을 썼다. 어디에서든 글을 썼다. 나라는 사람은 파리를 가도 홍콩을 가도 구경한답시고 어딜 돌아다니기보단, 그저 어느 한적한 커피 가게에 앉아 글만 쓸 것이다.


밀려오는 두려움의 파도들을 수차례 극복했다. 벼랑 끝까지 내몰린 적도 있었다. 가장 위태로운 위치와 선상에서도 버텨냈다. 아슬아슬한 그곳에서 기침만 해도 추락할 그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발 밑을 확인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 단 하나의 이유였다. 재능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 간절했다. 파도가 어떤 형태로 밀려오든, 버티고 또 버티고 뚫고 들어가 저 안에 있는 그 무엇을. 그토록 간절했던 그 무엇을 내 펜 끝과 열손가락 끝으로 툭 건드려보고 싶었다. 그 무엇이 이제는 보인다. 코앞에 있다. 뭐라 형체는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은 없다.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순 없다. 난 느낄 수 있다. 그것은 밝지 않다. 약간 어둡지만 차갑지도 않다. 습한 느낌도 있다. 그렇다고 축축한 건 아니다. 살아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 있는 것도 아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악의도 느껴지지 않고, 날 전혀 경계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날 반기는 것도 아니다. 그냥 그대로 있다.


한번 툭 건드려보고 싶다. 어떤 형태로 변화될지, 사라질지 그 어느 쪽도 보장되진 않는다. 이대로 돌파냐. 아니면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느냐. 문학적인 성취일까, 내면의 승리일까. 어쨌든 도달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무엇을 내 펜 끝으로 톡 찔러보고 싶다. 하지만 여유일까? 저것은 이제 영원하다. 확신이 든다. 그래서 그저 마당을 쓸고 산바카라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지켜보고 싶다. 막상 찔러보면 그리 뭐 거창한, 대단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고 실망할 일도 없다고 본다. 내가 여기에 도달해 있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20년 걸렸다. 결국 내가 찾아낸 것은, 대상이 아니라 대상 앞에 설 수 있는 나의 상태와 태도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문득 돌아보니, 항상 날 쫓아왔었던 등 뒤의 큰 곰이 사라지고 없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일 더는 없을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잠시 무릉도원을 다녀왔는데 돌아와 보니 20년이 흘러 있는 기분이다. 이제, 접수하자. 내보자. 이 바닥 권위자들, 내 글에 대한 평가는 그들 몫이다. 인정하든, 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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