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식의 추
글을 천재적으로 잘 쓰는데 작가마인드는 글 솜씨에 비해 낮고, 글을 참 못쓰는데 작가마인드는 자기 주제도 모르고 엄청 높은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먼 시간이 지난 후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여전히 그대로 일까?
달과 6펜스에 등장하는 나라는 화자처럼 천재를 동경하고 사랑해 극진히 보살피며 이혼에 모든 걸 다 바쳐 헌신하는 희생적인 삶과 일반론의 왕이라 할 수 있는 평범하기 짝이 없지만 안정된 사람과 함께 하는 그저 그런, 매우 단조로운 평범한 삶이 있다고 치자. 예술을 사랑하고 그 열망은 누구보다 높지만 둔재인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게 맞을까? 마음은 천재에게 가있지만 그 천재는 나라는 둔재를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기는커녕 안중에도 없다. 근데, 일반론의 왕들은 이 둔재의 보잘것없는 재주를 매우 좋아해 주고 아껴주고 함께 하려고 한다.
노래를 들으면 보컬의 목소리만 들었다. 따로 집중한 것도 아니다. 그냥 저절로 목소리만 들린다. 다른 악기들의 존재 이유는 오직 보컬을 위한, 보컬에 의한, 보컬에 있다고 생각해 왔다. 99퍼센트의 평범한 일상은 1퍼센트의 특별함을 위한 것이라 믿어왔다. 1퍼센트의 특별함은 나에게 구원의 빛이었다.
사람 귀는 신통해서 복잡한 소리 가운데, 원하는 소리를 집중해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천재를 향한 특별함의 숭배, 보컬은 이제 그만. 드럼에 집중해 볼까? 베이스기타도 찾아볼까? 특별한 삶과 평범한 삶.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게 맞을까? 아니, 어떤 삶이 의미와 가치가 있을까.
정신의식의 추를 내려보자. 이제는 진자가 어디로 움직이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