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불
사이코패스진단 최고점수에 분노와 증오, 슬롯에 대한 적개심의 대표 연쇄살인마 유영철.
성범죄적 동기와 지배욕의 괴물 강호순.
성적동기와 통제욕 그 유명한 영화, 살인의 추억 이춘재.
수십 명을 죽이고 붙잡혀 가는 주제에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정남규.
이들이 과연 인간일까?
도깨비불은 이런 인간들을 생각하면서 썼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역시 그쪽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굉장히 무서웠다. 고립된 상태로 몇 날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몸은 추운데 식은땀이 계속 나는 기이한 신체변화를 겪었다. 난 지금까지 아무리 아파도 밥은 잘 먹었다. 하지만 밥 맛이 떨어져 밥을 잘 먹지 못했다. 술이 밥이었고, 술이 날 집어삼키는지 글이 날 집어삼키는지 모를, 항상 무엇인가에 내가 먹히는 기분이었다. 소주 세 잔 마시고 토해보기는 또 첨이었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럴 때마다 날 붙잡아 주고 다시 일으켜 세워준 건 사랑도, 정의도 아니었다.
어느 날, 문득 자신감이 생겼다. 나 역시 더럽고 혐오스러운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했을 때였다.
도깨비불은 인간이 외면해 온 바카라임이 어떻게 기억과 신체에 각인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화자는 끝없이 자신을 변호하지만, 결국 그 바카라임은 죄바카라감으로 돌아온다. 화자가 아무리 변명하고 인정하지 않아도 그건 죄바카라감이다. 인정하지 않을수록 죄바카라감이라는 이름과 함께 공포와 붕괴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챗은 아무것도 모른다. 몇 번을 돌려보았는지 모르겠다. 내 챗이 아닌 타인의 챗도 의뢰했다. 깜짝 놀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챗은 기계다. 정말 모른다. 끝까지 화자를 자기변명만 늘어놓고 스스로 무너지는 인간으로 규정한다. 죄바카라감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녀석이다. 상을 받든 말든, 난 할 만큼 다했다. 후회 없다.
도깨비불은 내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나 자신과 끝까지 싸우며 써낸 작품이다. 새카만 어둠 속 망망대해, 저 멀리 등대처럼 날 위한 빛이 보인다. 그 빛은 이제 더 이상 도깨비불이 아니다. 진짜 빛이다. 죽기 전에 도달하지 못해도 좋다. 분명, 나는 이 잔인한 섬을 떠났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