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러다 말겠지
항상 그런 생각만 했던 것 같다.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한글자라도 더 써야 하는데.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근데 막상 돌이켜 보면 참 열심히도 살았다. 이렇게 살기도 힘들 것이다. 고민한 적은 많았어도 게으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무지막지하게도 썼다. 스스로 글을 잘 쓴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남들보다 떨어지니까 그걸 극복하기 위해 남들이 생각 못하는 틈새를 공략했고 더 많이 써야 했다. 뭘 쓰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써댔다.
공모전은 어디에 보낸 지도 모르다가 예선통과 문자를 받곤 했다. 본선에서는 항상 떨어진다. 어김없다. 그래도 막 쓰다 보면 뭐가 하나 꼭 걸린다. 출판사를 끼고 일을 하고는 있다. 편집자는 언제든 내가 보내는 원고를 검토해 준다. 하지만 이것도 안 돼. 저것도 안 돼. 이건 이래서 노. 저건 저래서 노. 퇴짜의 퇴짜를 계속 당하다 보면 편집자고 뭐고 다 꼴 보기 싫어진다.
내가 글을 그렇게 못 쓰나? 혼자 필명을 바꾸고 문피아에 자유연재를 해본다. 이게 안 먹힐 리가 없다. 기대해 본다. 역시나 인기 없다. 악플이라도 하나 달려 있었으면 좋겠다. 차가운 외면이 더 무섭다. 다시 새로 써서 편집자에게 보낸다. 편집자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잔소리까지 해댄다. 작가님, 이렇게 쓰시면 안 된다고요. 안 해! 멀쩡한 회사 다니는 내가 이거 안 한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며칠 못 간다. 또 써서 보낸다. 잔소리는 없다. 그냥 안 된단다. 요즘 트렌드와 전혀 맞지 않아요. 네이버든 카지노든 절대 못 들어갑니다. 다시 천천히 고민해 보세요. 네. 이런 식으로 살아왔다.
그래도 어찌어찌하다 보니 이루어낸 것도 많다. 무식하게 열심히 써온 것 하나만은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다. 내 글이 팔린다는 건 나도 참 신기한 일이다. 글로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다. 하지만 글 쓰느라 돈 쓸 일이 없었다. 출근, 글, 술, 쪽잠. 다시 출근, 글, 술, 쪽잠. 돈을 쓰지 않았다. 그게 번 거다. 원래부터가 생산적인 사람이다. 소비와는 거리가 멀다. 산바카라을 좋아하고 사색을 즐긴다. 집단무의식을 믿는다. 산바카라을 할 때면 지구 모든 인구의 머릿속에 접속해 있는 기분이다. 무언가 엄청난 것이 날 향해 날아오고 있다. 확신한다.
입안에 염증을 끼고 산다. 점심을 먹지 않는다. 꽤 오래되었다. 소주가 들어가면 입안 통증이 마비된다. 살만하다.
좋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다. 대부분 잡지 못했다. 인연이 아니었겠지. 하지만 노력은 했어야 했다. 붙잡는 방법을 모른다. 배우지도 못했고. 갈등이 일어나면 해결하는 능력이 없다. 더 악화시킨다. 아내에게 고맙다. 어딘가 모자라고 한쪽이 결여되어 있는 인간을 데리고 살아주니, 잡혀 살만 하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다 특별한 삶을 꿈꾸었을 것이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했을 테고. 하지만 자빠지고 고꾸라지고 다치고 아프고 하니까, 다시 일어나 덤비기 두려우니까 그냥 포기하고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근데 만약 처음부터, 애초에 평범함을 원해, 첨부터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야말로 특별한 사람 아닐까.
무력하다. 후회라기 보단 쓸데없는 감상이다. 이러다 만다. 또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