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주의 라면 단상

10원짜리 뱅기

by임경주


토브작가님으로부터 라면 단상을 이어받았습니다. 다음 작가님은 skyjinny 작가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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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하면 딱 떠오르는 건 어떤 생각이 아닌, 말들이다.


와, 넌 라면도 잘 끓인다.

어, 맛있어. 어쩜, 라면도 이렇게 잘 끓이지?

심지어 라면도 맛있어.

난 당신이 끓여주는 라면이 젤로 맛있어.


흥, 10원짜리 비행기. 누가 모를 줄 아나. 어떻게든 계속 더 부려먹으려고. 라면 끓이는 거 그까짓 거 뭐 대수라고. 자기네들도 잘만 끓이면서. 그래도 난 기분이 좋아져 설거지까지 한다. 펜션을 놀러 가든 캠핑을 하든 마지막은 라면이다. 라면 먹었으면 양치하고 자는 거다. 사실 안다. 10원짜리 비행기가 아니라는 거. 라면도, 심지어. 이 말은 곧 내가 해주는 다른 요리도 다 좋았다는 거다. 내가 듣기에 가장 좋았던 말은 심지어다. 행간은 라면조차도. 이건 요리 솜씨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칭찬이다. 진짜 10원짜리 뱅기는 이거다. 난 당신이 끓여주는 라면이 젤로 맛있어. 아오. 설거지 안 하세요? 맛있게 먹어줬잖아? 네네. 가서 나쏠이나 보세요. 비꼬는 거야? 아니요? 그럴 리가요, 쉬세요. 까불지 마라. 네네.


전국에 맛집과 원조들이 넘쳐난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울 엄마가 해주는 거다. 지금은 아내가 차려주는 밥인데 언제부턴가 내가 차려주는 날이 더 많아졌다. 음식은 정성이다. 라면도 정성이다. 요리를 잘하진 못해도 좋아한다. 라면으로 별의별 짓을 다해보았다. 주꾸미, 황태, 꽃게, 만두, 떡라면. 육수도 내보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는 라면은 신라면 그 자체다. 계란에 대파까지. 가장 이상적이다. 라면의 맛은 물양이 결정한다. 거의 90퍼 이상이라고 단언한다. 한 개를 기준으로 550미리를 정확히 맞추어야 한다. 500은 어떻게 맞추는데 나머지 50은 애매하다. 라면 맛은 여기에서 갈린다. 소주 한잔이 50이다.


음식에 대한 정성은 뭐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조금 더 신경 쓰는 감각이다. 계란은 깨끗하게 씻어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반드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잠깐 한눈 파느라 물이 팔팔 끓고 있다면 십중팔구 짜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을 넣는다. 면도 부수면 안 된다. 면 위에 수프를 뿌린다. 끓는 물의 온도가 변하기 때문이다. 계란을 투척하고 다시 물이 끓어오르면 면을 건져내는 작업을 수차례 해야 한다. 이때가 가장 중요하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미안하지만 이건 정말 요령이 없다. 감각이다. 송송 썰어둔 대파는 불을 끈 다음에 넣는다.




단체로 캠핑을 가든, 펜션을 잡고 놀든 꼭 필요한 것이 있고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되는 것들이 있다. 라면은 이제 꼭 필요한 존재다. 나도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임경주의 라면 단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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