쌩얼
글은 잘 쓰든 못 쓰든 진짜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대부분 글쟁이들이 이걸 모르는 거 같다. 글쓰기가 취미든 나처럼 부업으로 돈 벌기든 전업이든 문학이든, 파고 들어가야 한다. 원 주변만 뱅뱅 도는 건 나약하기 때문이다. 이겨내야 한다. 이걸 못하겠다면 어쩔 수 없다. 계속 원주변만 돌게 된다.
벼랑 끝까지 몰릴지언정, 차례차례 다가오는 두려움의 파도들을 정면으로 맞서 버텨내야 한다. 이기지 못해도 된다.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가 불안함의 연속이다. 왜냐하면 작가는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가장 숨기고 싶은 밑바닥 깊은 곳까지 내려가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바로 이 앞에서 멈춘다. 사고 이전에 본능이다. 길이 끊어지고 없는 낭떠러지처럼 느껴져도 한발 더 앞으로 내디뎌야 한다. 어차피 길은 없다. 머리를 굴리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고개를 돌리면 안 된다. 두뇌를 굴리는 싸움이 아니라 머리를 붙잡는 시간과 엉덩이의 싸움이다. 이게 두려워 회피하면 잔재주만 부리게 된다. 글쓰기에 기교는 화려한 옷이다. 원 주변만 돌고 돌면 화려한 옷은 결국 거추장스러워질 뿐이다.
머리보다는 척추와 엉덩이의 힘을 믿어야 한다. 버텨내야 한다. 대충 쓰고 자리를 떠날 거면 애초에 글을 쓸 생각조차 하지 않아야 한다. 글쓰기는 취미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예의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나오는 게 글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겨내야 한다. 한번 뚫고 들어가면 다음이 보인다. 근데 끝이 없다. 까마득하다.
그래서 저 깊은 곳,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내 열손가락으로 툭 건드려는 봐야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