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부산 광안리 광안대교가 생기기 전이다. 야경이 없으니 어둡다. 남녀가 싸운다. 더 이상 사랑싸움은 아닌 것 같다.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한쪽은 이미 돌아섰다.
넌 도대체 내가 뭐가 좋다고 이래? 나 니가 생각하는 그런 뭐 착하고 순해 빠진 그런 여자 아니야. 정신 차려. 첨부터 그랬어. 난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거 자체가 피 말라죽을 지경이라고. 니 가벼운 감정 따위 더 이상 받아줄 여유 없어. 그러니까 그냥 가. 제발 가. 정말 피곤해.
진심이야?
그래. 내가 지금 뭐 없는 말하고 있는 거 같아? 계속 말해왔잖아?
거짓말하지 마.
니 맘대로 생각해. 넌 항상 그런 식이야. 귓구멍에 뭐가 박혔어? 아니, 사람이 하는 말을 도대체 왜 이렇게 못 알아듣는 건데?
그래, 계속해봐. 어디까지 하나 보자.
뭘 계속해. 더 말하는 거 자체가 피곤해. 가.
소율이 차갑게 돌아섰다.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다 못을 박는다. 대못일까 진우는 두렵다.
…
진짜 내가 이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난 니가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 주었으면 좋겠어. 진심이야.
…
…
알았다, 알았어. 꼭 그렇게까지… 갈게. 잘 알아 들었어. 잘 지내라. 미안하다. 간다.
진우가 돌아섰다.
소율이 한숨을 푹 내쉰다. 밤바다는 무심한 파도소리만 들려주고 있다. 저기, 그리 멀지 않은 포장마차에서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신선한 회에 매운탕에 소주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냥 그걸로 충분하다. 하지만 이제는 다 포기해야 한다. 서로에게 모진 말을 했다.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끝났다. 안녕.
몇 발 걷던 진우가 멈춰 섰다. 뒤돌아 본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 걸까. 그만해. 이렇게까지 모질 게 떼어내는데… 나 같은 여자 대체 뭐가 좋다고.
얼굴에 반했다. 됐냐?
응? 소율이 머리를 쓸어 넘기다가 멈췄다. 뒤통수에서 들려오는 말 때문이었다. 뒤돌아 본다.
진우의 표정을 보고 싶은데 이미 돌아섰다. 도로 위로 뛰어간다. 더 이상의 작별 인사는 없었다. 택시를 붙잡고 떠난다.
소율이 핸드폰을 들고 화면을 본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새카맣다. 화면이 켜졌다. 그 안에는 다정했던 한때, 진우와 함께 찍었던 포토사진이 배경화면으로 깔려 있었다.
변경할까요?
예/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