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안개

그냥 지나가진 않아

by임경주


산다는 것, 또는 살아간다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다.

특히 부모에게 뭐 하나 물려받지 못한 사람에게 이 세상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참혹하다.

단지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산재해 있는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그거야 말로 축복일 것이다.


지금도 전화기가 울리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은땀이 나온다. 예전 못살던 집으로 다시 이사 가는 악몽도 꾼다.


독하게 발버둥 치고 뛰어다녀도 해결되긴커녕 눈덩이처럼 더 불어나기만 하는 문제들이 있는 반면 생각지도 못한 순간, 복잡하게 꼬여 있던 실타래가 허무할 정도로 쉽게 풀려버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이 모든 게 이미 다 정해져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어느 정도 먹고는 살만하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부자라고 하는데 난 절대로 부자가 아니다. 그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시커멓기만 했던, 내 시야를 가로막고 있었던 장막과도 같았던 짙은 안개가 걷혔을 뿐이다. 어쩌면 때가 되어 스스로 물러났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래서 장밋빛 미래가 보인다는 거.


뒤돌아보면, 늘 등 뒤에서 날 쫓아왔던 큰 곰도 저 먼 곳에 가만히 서서 더 이상 날 노려보지 않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큰 곰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 정도는 만족한다.




삶의 불안은 완전히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밀어내는 것이라고 본다.


그냥 지금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 처한 젊은 친구들이 있다면 그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걱정하지 마라고. 때가 되면 어떻게든 다 해결되어 있으니까.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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