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만들 때는

차가운 이성 합리적인 사고

by임경주



난 평소에는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다. 누군가는 내가 너무 감정적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그건 감정이 아니라 감성이라고 말한다. 눈물도 많다. 툭하면 운다.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 때는 다르다. 사람 돌변한다. 그래서 한 번 작업에 들어가면 아내도 싫어한다. 내가 독하다는데 뭐가 독한지 난 정말 모르겠다. 부모한테 물려받은 것이라곤 가난뿐이고 그걸 극복해 보겠다고 죽기 살기로 살아와서 지금 여기, 이 만큼이라도 이루어 낸 내가 고맙지도 않을까?

돌이켜 보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왜냐면 난 참 멍충한 사람이고 뭔가 한쪽이 고장 난 것처럼 결여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뭐 그토록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다. 정말 재미있고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면 누구처럼 더 컸겠지.


난 딜레마를 좋아한다.

주인공이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는 지독한 상황을 그려나가는 그 과정이 너무 신난다.

날카로운 선을 따라간다.

내가 주도하는 게 아니다. 그 선을 따라가다 보면 바로 이거다 싶은 순간이 찾아온다. 정말 황홀한 순간이다.


캐릭터들이 스스로 살아서 움직이고 그들이 서로 부딪치며 사건과 사고를 만들어 낸다. 내가 만드는 게 아니다. 저절로 만들어진다.

어떤 때는 이 대사가 내가 친 것인지 캐릭터가 스스로 말한 것인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


26년 대한민국 콘테츠대상 공모전 작업을 끝냈다. 많이 힘들었다. 결과는… 모르겠다. 사실 공모전이란 게 당선이 되는 게 이상한 거라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내심 잘 되었으면 좋겠다. 상 받고 상금 받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거 먹고 한턱 쏘는 상상을 하면서 버텼다. 이겨냈다.

내부든 외부든 힘든 시간도 있었고 마음 아픈 일도 있었는데 나만 잊는다고 이게 과연 잊힐지가 의문이다.


차가운 이성과 합리적인 사고로 잔뜩 무장한 상태로 이야기를 만드는 세상에 푹 빠져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그토록 외로울 수가 없다. 무장이 해제되어서 그럴까?

정말 너무 외롭다. 바람이 불어도 외롭고 예쁜 꽃을 보아도 외롭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저 모든 것이 다 외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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