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디카시집

디카시를 읽고, [생각 훔치기] 정옥조 지음

by램즈이어

먼저 나의 무지함을 고백해야 한다. 온라인카지노 글벗 oj 님이 최근에 시집을 발간했다. 詩에 대한 호기심에 사 보았는데 사진 한 개와 시 한 편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처음에는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이런 디자인을 선보인 줄 알았다. 혹시 몰라 작가님 발행글에서 처음 접한 ‘디카시’라는 용어를 제미나이에게 묻고서, 뜻밖의 정보를 얻었다.


## '디카시(Dica-Poetry)'는 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과 짧은 시(문장)를 함께 표현하는 공식적인 문학 장르입니다.

## 디카시의 주요 특징

사진이 단순한 일러스트나 삽화처럼 시를 보조하는 역할이 아니라, 사진과 시가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서 상호작용합니다. 시는 보통 5행 이내로 아주 짧게 작성하여 순간 포착된 이미지에서 느낀 직관적 감흥을 순간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 디카시는 2004년 이상옥 시인이 경남 고성 지역을 중심으로 처음 제안하고 이론화하면서 시작된 한국 고유의 문학 장르입니다. 매년 '경남고성 국제 디카시 페스티벌'을 비롯한 다양한 공모전과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맨 먼저 시작되었다고 하니 시조처럼 K 문학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겠다. 핸드폰 촬영物 중에서 오래 여운을 남기는 종류를 골라 시를 지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디카詩 탄생은 오히려 사진과 비슷했다. 시적 대상을 발견한 순간의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카메라 렌즈로 포착하여 글과 함께 남긴다고 한다.

생활 속 컷에 짧은 시가 곁들이니 신선하고 친밀하게 다가왔다. 총천연색 형체가 입체적인 효과를 자아낸다. 다섯 행 이내로 짧아도 되므로 詩作에도, 시집을 발간하기에도 접근성이 좋은 장르인 것 같다. (더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단점이라면, 영화를 볼 때처럼 독자가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생에 대한 통찰, 가벼운 삶 속의 유머, 하루를 돌아보며 안도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 다채로운 詩想 가운데 인상 깊었던 몇 개를 적어 본다.


쫑긋 (두 귀 세운 고양이와)


귀를 쫑긋 세우고는

무슨 말을 듣고 있니

너도 듣고 싶은 말만

듣는 건 아닌지!


못났어 (일그러진 사과와)


불행을 진심으로 아파하고

행복은 진정으로 기뻐하며

진솔하게 대할 수는 없는 건지

불행을 한낱 가십처럼 떠들고

행복을 시기하며 폄하하는

참 비뚤어진 마음

못났다. 참 못났어!

그게 아닌데 (나선형 추상작품과)


내 맘은 그게 아닌데

어긋나 버렸다

입 밖으로 내뱉으니

돌이킬 수 없었다

감정의 찌꺼기들

괜히 꼬이기만 했다

조금만 참았으면 될 것을…


내 마음을 들켜 버린 듯, 친구랑 재잘재잘 수다를 떤 듯, 현인에게 주옥같은 금언을 선물 받은 듯하다. 응축된 서정이 매력적이라 디카시에 한번 입문해 볼까, 하다가 촬영에 자신이 없어서 금세 후퇴했다. 수필에 이어 디카시 장르에 도전하며 시집까지 내신 작가님의 행보에 뜨거운 갈채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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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훔치기』 찰나를 읽는 디카시, 정옥조 지음, 마이웨이북스 2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