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탕

내맘대로 일기 76

byEAST

감자탕 먹을 때면 떠오르는 장면이 두 개 있다.

갓 입사한 회사 점심시간이었다.

“어, 왜 감자가 없어요?”

“감자탕이 그 감자가 아니야.”

“?”

“돼지등뼈를 감저라고 해. 그래서 감저탕으로 불렀다가 차츰 발음하기 편한 감자탕이라고 불리게 됐지.”


두 번째는 대학 신입생 때였다. 선배가 감자탕 사준다길래 쫄래쫄래 쫓아갔다. 젓가락으로 돼지등뼈에 붙어 있는 살을 요리 저리 낑낑대며 발라먹고 있던 나를 보고 선배는 말했다.

“감자탕을 잘 못 먹는구나.”

선배는 양손에 돼지등뼈를 잡고서 쪽쪽 소리까지 내면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적응이 되지 않았다. 평소 단정하고 점잖아 보이던 모습과는 생판 달랐기 때문이었다. 감자탕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나는 여전히 젓가락으로 발라먹는다. 젓가락을 쥔 오른손에 힘을 한껏 주고 먹은 탓에 다 먹은 다음에는 손아귀가 묵직하게 아프기까지 하다.


오늘 점심으로 뼈다귀해장국을 먹었다. 감자가 들어 있지 않았다. 메뉴판에 감자탕이 있길래 물어보았다. 둘 차이가 뭐냐고. 감자가 있고 없고 차이란다. 그렇다면 감자탕에서 감자가 진짜 알감자를 뜻하는 것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단 말이지. 궁금해서 제미나이에게 물어본다.


돼지등뼈가 감저라는 것은 틀렸단다. 감저라는 돼지뼈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돼지등뼈가 감저가 되었는지 추적해 보자. 1980~90년대 감자탕이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감자탕에 돼지등뼈는 많은데 감자는 겨우 한두 개만 보이자, 왜 감자탕에 감자가 없어요?라고 많은 사람들이 물었더랬다. 감자탕의 감자는 그 감자가 아니라 달 감에 돼지 저, 그래서 감저탕, 감저탕 하다 감자탕이 된 거라는 주인장 말에 모두가 아하! 그랬구나, 진실처럼 퍼졌다. 그래서 아니 그것도 몰라, 무식하긴. 삽시간에 가짜 상식이 팔도에 퍼졌다는 설.


살짝 그런 의문이 들긴 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런 얘기를 들었다면 분명 잘못된 지식이라고 짚어 줬을 법도 했을 텐데, 왜 가짜 상식이 오랫동안 유지되었을까? 그냥 웃고 넘길 사소한 문제라고 여겼는지, 아니면 돼지등뼈=감저라는 인식이 워낙에 강해서 전문가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은 것인지. 아무튼 감자탕 명칭에 대한 소동은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이제는 감자가 별로 없는 감자탕에 왜 감자가 많이 없어요?라고 당당히 말해야겠다. 요즘 작황이 좋지 않아 감자값이 금값이에요, 당당한 주인장 앞에서 내 젓가락질이 맥이 빠질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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