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부르는 노래가 있다.
G선상의 아리아는 바흐의 관현악곡을 편곡한 것이라고 한다.
경기도 광역버스(G버스)를 타고 북쪽을 향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유튜브 음악을 재생시켜 감상하고 있다.
버스는 가을 단풍잎이 물들어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달린다.
유튜브 영상에 등장하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는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육중한 체구를 지녔는데, 살집이 넉넉한 턱을 바이올린에 척 붙이고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연주와 기교는 나 같은 막귀도 황홀경에 빠지게 만든다.
무아지경에 빠져 스르르 눈을 감을 찰나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소리 진원은 중년을 벗어나 황혼을 향해 걷기 시작한 아주머니.
그는 바이올린 연주자처럼 핸드폰을 얼굴에 딱 갖다 대고 버스 천정을 보면서 통화하고 있다.
버스 천정에 상대방의 얼굴이 홀로그램처럼 떠있는 양.
"뭐, 곗돈 넣었다고? 안 들어왔어, 아니 안 들어왔다니깐!! 아 내가 잘못 봤나, 알았어, 아무튼 그건 그렇고, 아니 요새 왜 자꾸 늦게 넣어, 돈을, 이렇게 하면 안 돼!!"
다비드 오이스트라흐는 G선상의 아리아를 연주하는데, 이 분이 연주하는 곡은 '곗돈타령'이다.
서양 클래식과 우리 민요의 대결 같아 보이진 않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그녀의 노래는 '노동요'에 포함시켜야 마땅하다.
누군가 곗돈을 늦게 넣어 아마 계원들에게 항의를 받았을 그녀는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벼 겨우 버스에 올라탄 온라인 게임인들에게 난데없이 청하지도 않은 곗돈 타령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아무렴 어떤가라고 수긍할만한데, 아마도 이 타령이 오늘 그녀에겐 'G선상의 아리아'보다 다른 이들의 일상보다 시급한 일일 것이다.
그녀가 이 버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늘 '곗돈타령'을 공연하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에선 공공연했다.
손뼉 치는 사람 하나 없는데, 승객들은 박수무당인양 그녀의 운명을 알아챈 사람처럼 눈을 감고 눈알을 드리블할 뿐이었다.
승객들의 소리 없는 아우성이 내겐 꽤나 시끄럽게 들려서,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아주머니~ 이비인후과에 가보세요, 꼭 낫고 건강하시길~"
내 소원대로만 된다면 이 도로는 명칭을 바꿔도 될 것 같다.
그 도로 이름은 바로바로,,, 바야흐로~ 이럴 땐 바로~ㅋ
바흐 아저씨도 동의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