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면 늘 기분이 이상하다. 기이한 공간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느낌이다. 누군가는 분초를 다투며 생의 끝자락을 붙잡으려 뛰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쉽게 잠들지 못해 긴 밤을 지새운다. 삶과 죽음이 노골적으로 교차하는 공간이어서 그런 기묘함을 느끼나보다.
조현선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서늘한 경계의 한복판, 종합병원 1층 매점을 무대로 삼는다. 스무 살 나희는 대학 등록금을 스스로 마련하기 위해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나희는 졸음을 참으며 물건을 진열하고 팔았다.
그런데 어쩐지 늦은 밤 매점을 찾는 손님들이 좀 수상하다. 엉뚱하게 매점에 없는 물건만 집요하게 찾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어떤 뽀글머리 아줌마는 미용실 문 좀 대신 열어달라고 부탁한다. 한 할아버지는 집에 남겨진 아내의 식사를 챙겨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나희는 어릴 때부터 귀신을 보는 능력이 있었다. 매점을 찾는 사람들이 이승을 떠나지 못한 채 삶의 마지막 미련을 품고 배회하는 이들이었음을 알고 잠시 갈등한다. 그들의 삶에 개입하고 싶지 않아 매점 사장에게 부탁해 낮 근무로 바꿔보지만, 영혼들은 낮에도 나희를 찾아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통 지나치지 못하는 나희는 손님들은 외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손님들의 절박한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들은 물건이 아니라 마지막을 구하러 나희에게 온 것이었다.
매점을 찾아온 이들의 사연은 우리 곁의 이웃들과 똑 닮아 있어서 더욱 시리다. 가게에 홀로 남겨진 반려묘를 걱정하는 미용실 아주머니, 치매에 걸린 아내를 홀로 돌보던 공장 사장님, 기댈 곳 없이 세상의 벽에 부딪히며 고립되어 가던 고등학생까지. 그들이 나희에게 남긴 생뚱맞은 숙제들이 알고 보니 이 세상을 향해 건네는 마지막 인사였다.
결말에 자그마한 반전이 숨어있는데, 수시로 찾아오던 할머니 귀신이 사실은 매점 사장의 어머니였다. 생전에 전하지 못한 사과를 남기고 홀가분하게 떠나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돈다.
나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보살피며 떠나는 길을 열어준다. 그 과정은 역설적으로 남겨진 사람들에게 다시 앞으로 나아갈 열쇠를 쥐여주는 치유의 시간이 된다. 나희가 수행하는 작은 심부름들은 떠나지 못한 이들을 보내고, 남겨진 이들을 다시 살게 하는 일종의 씻김굿 행위였다.
이 과정에서 문득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제대로 이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마음을 전했는가.
이 소설은 산 자와 죽은 자가 교차하는 판타지적 설정을 빌려오는데, 그 중심에는 애도와 돌봄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도 숭고한 가치가 자리한다. 타인의 마지막을 돕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삶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일이 된다.
제대로 슬퍼할 틈도 없이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우리에게 소설은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의 먼지를 털어낼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타인의 슬픔에 귀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나희가 성장하듯 나 또한 비로소 삶의 방향을 다시금 가늠해 본다.
바카라장을 덮고 나면 소란스럽던 마음 위로 정적이 내려앉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직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는 아빠, 혹은 내가 미처 보살피지 못했던 엄마의 뒷모습.
죽음을 다룬 이야기가 이토록 생생한 삶의 의지를 깨우는 이유가 뭘까? 완벽한 장례식이란 결국 오늘을 후회 없이 사랑한 사람들만이 꿈꿀 수 있는 특권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전해야 할 말을 내일로 미루기엔 지금이 너무나 소중하다.
삶만큼 죽음도 모두에게 고유한 것이다. 죽음의 순간이 모든 사람에게 다르듯 죽음 이후도 달랐다.“대체로는 죽은 사람이 미련이 있거나, 반대로 산 사람이 미련을 가지고 붙잡고 있거나 뭐 그런 경우지. 미련이라는 게 원한일 때도 있고 후회일 때도 있고.” - p.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