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은 언제나 아름답다

전시된 삶을 너머

by트로츠뎀

요즘은 참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한다. 나이 어린 학생부터 지긋한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직업적으로도 학생, 전문직, 화이트 칼라, 불루 칼라 각양각색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유튜브, 인스타, 틱톡 등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삶을 공개한다. 사실 이들의 삶은 전달되기 보단 전시된다. 그래서 SNS를 통해 전시되는 삶은 대체로 아름답고, 화려하고, 매끄럽고, 풍요롭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보여지는 삶은 이를 보는 이들의 삶을 초라하게 만들고 오그라들게 만든다.



공무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공무원 신분이라는 한계로 다소 제약이 있으나 공무원들도 이제 업무를 위해 소속기관이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을 자신이 운영하거나, 여가 시간에 개인적으로 자신의 일상을 간단히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기도 한다. 소속 기관의 홍보를 위해 실제 일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생활이나 퇴근 후의 사생활을 공개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괜한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많아 금기시 되었지만 요즘엔 당당하고 거침없이 실제 얼굴도 공개한다. 여기서도 하급 공무원의 삶이나 퇴사기보다는 최소한 사무관급 이상의 아름다운 여성 공무원의 삶이라면 더욱 인기를 끈다. 선망의 대상이 되기에 손색이 없기에.


미디어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삶은dㅜ


이른바 '사무관 브이로그'가 화제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20대의 젊은 나이에 벌써 고시에 합격해 5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는 야심만만한 사무관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선망의 대상이다. 게다가 외모들도 하나같이 우월해서 부러움을 산다. 아니 어쩌면 그정도 준수한 외모의 여성들만 영상에 출연하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예외적으로 가끔 재치 있는 입담과 톡톡 튀는 편집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흥미를 끄는 개성있는(?) 남성 제작자도 있다.




너무나 완벽한 그들

사무관 브이로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외모나 나이, 학력이나 능력, 직업이나 스타일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유명 외고, 유명 사립대 출신에 시험성적은 수석이다. 그 나이에 벌써 5급 사무관이라니. 난 인생을 왜 이렇게 살았나 급 반성하게 된다. 예전의 신은 평등주의자였던지 한사람에게 모든 재능을 다 주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좀 극단주의자가 되신 것 같다. 한 사람한테 모든 요소를 다 몰아준다.



이렇게 유튜브는 타인의 너무 완벽한 삶을 쉽게 엿볼 수 있게 한다. 아니, 자신들의 사생활을 스스로 공공연히 공개한 것이니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하는 것이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대중매체에도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만 등장한다. 소위 '잘 나가는 사람들' 말이다. 외모도 출중한데 연기력도 탁월해서 일약 스타로 부상한 연예인, 나이도 어린데 공부도 잘해서 일찍 고시에 패스한 사무관, 종잣돈 몇 천에서 시작해서 성공적인 주식투자로 몇 백억 대 자금을 운영하게 된 성공한 자산가, 한 때 고생했으나 노래를 잘해 공개 오디션에서 우승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트로트 가수, 글을 잘 써서 베스트 셀러를 연달아 발표하는 작가, 웹툰으로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 백만 이상의 독자를 갖고 있고 월 수입이 수십억 대에 달하는 유튜버 ...... 음, 쩝.





소셜 미디어는 볼 만한 것만 보여준다

인생 성공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성공이란 나도 손만 뻗으면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지하철 손잡이 같은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면 그들은 성공한 '소수'이기 때문에 미디어에 등장하는 것인데, 우린 미디어를 통해 이들만 주로 만나다 보니 그들이 주류인 것 같고 세상엔 나만 빼고 다 '잘 나가는' 사람들 투성이인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그리고 미디어나 SNS가 잘 발달하지 않았던 때라면 모르고 살았을 이들의 완벽해 보이는 삶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부러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매일 같이 너무나 완벽해 보이는 그들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부러운 마음으로 보고 읽으며 댓글을 달고 잠시 우리의 현실을 잊는다. 모두가 다 그렇게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수는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그 착각에게 깨어나면 기분이 씁쓸해진다. 나만 잘나가는 사람의 대열에서 이탈해 있는 것 같다.



소셜 미디어나 대중 매체가 매일 같이 전하는 '잘 나가는' 소수의 삶을 시청하며 우리는 결국 나도 모르게 그들의 완벽해 보이는 삶과 내 삶을 비교한다. 그들의 화려한 삶은 감각적인 몇 장의 사진과 몇 분의 영상으로 압축되고 요약되어 제공되지만 내 삶은 지루하게 무한 반복된다. 그들은 벌써 모든 것을 다 이룬 것 같은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들은 벌써 사무관인데 나는 여전히 노량진을 떠나지 못하는 수험생이다. 나도 그들처럼 '잘 나가고' 싶은데 좀처럼 그럴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당신의 현실을 깨닫는 순간



우리의 현실을 깨닫는 순간

세상 모두가 다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을 깨닫고, 아름답기만 한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관객 역할에서 깨어나 현실의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자니 우울이 스며나오고 비참함이 올라온다. 그들의 삶은 저토록 아름답고 순조로운데 나의 삶은 이토록 초라하고 험난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름다운 혹은 아름다워 보이는 타인의 삶을 구경하며 부러워한다고 해서 내가 그들이 될 순 없다. 그리고, 그들의 완벽해 보이는 삶을 구경하며 내 삶을 소모하고 있을 순 없다. 왜냐하면 비록 지금은 보잘 것 없어도 나도 이 세상의 소중한 존재고, 내 삶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한편으로는 부럽고, 한편으로는 비참한 이 마음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들처럼 성공한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되는 것일까? 어떻게 나는 내 삶을 가꿔나가야 할까? '내 것이 아닌 다른 이의 삶을 시기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지금처럼 '잘 나가는' 그들의 아름다운 삶을 구경하고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희망은 믿지 않아


이 글은 소수의 '잘 나가는' 사람들만 주목받는 세상에서 모두가 '잘 나가는' 사람이 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에 관한 생각들이다. 소수의 잘 나가는 사람을 롤 모델로 설정하고 우리도 언젠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하는 글은 아니다. 그들이 이룬 성공을 위한 실천 방법을 이야기하는 글은 더더욱 아니다. 이 글은 타인이 가꿔놓은 아름답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삶을 헛되이 희망하지 않는 법을 말하려한다. 내가 가진 능력과 한계 내에서 내가 이룰 수 없는 것들을 견뎌내는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법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그 출발을 '나의 현재, 나의 현실'에서 시작한다. 이글의 시작은 '나는 이 세상에서 어디 쯤 와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당신이 극소수의 아름답고 완벽한 타인의 삶에 관객이 되어 감탄과 부러움, 시기와 절망의 댓글 달기를 멈추고 당신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와 능력없음 발견하고 그것들과 함께 사는 법을 알고 싶다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나 역시 그런 존재이니까. 나도 그들처럼 잘 나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희망 같은 건 믿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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