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무게

by은수달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가치로 매겨지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해,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의 상대성이 존재한다.

오래전, 가수 신해철의 사망 원인이 의료 과실로 밝혀져 세상이 떠들썩했다. 하지만 무능한 의사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당뇨 합병증을 개선하기 위해 위 절제술의 권위자(?)로 사칭한 의사한테 결국 목숨을 잃은 타국의 남성도 있었다.


신해철 사건

몇 년 전에 나의 아버지도 비슷한 경험으로 목숨을 잃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갈 뻔했다. 사건의 계기는 뇌출혈 재발. 평소보다 운동 신경이 둔하고 말이 어눌하다는 지인들의 얘기를 전해 들은 어머니는 아버지를 모시고 첫 수술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증상이 그리 심하지 않으니 지켜보자고 했다. 불안한 어머니가 서울의 상급병원으로 가겠다며 진단서를 끊어달라고 하자 모 병원에서는 거부했단다. 그래도 어머니가 강력히 이송을 원하자 응급 환자로 가면 보내주겠단다.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려가 A병원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담당의사는 비슷한 진단을 내렸고, 그리 심각한 증세도 아닌데 유별나게 구느냐는 식으로 얘기했단다. 결국 B 병원을 찾았고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만일 어머니가 여기저기 수소문하지 않았다면, A병원 말만 믿고 몇 달을 기다렸다면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른다.

생명의 무게나 가치는 결국 사람이 판단하므로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치가 덜하게 보인다고 해서 함부로 대하거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생명을 경시하는 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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