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공부도 잘하고 집중력도 좋은데, 수업 중간에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힘들어해요."
혼자 초3 아들을 키우는 엄마가 모 프로그램에 사연을 보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고 묻는 말에 곧잘 대답도 하지만, 단체 활동을 하면서 곧바로 문제 행동을 드러냈다. 선생님한테 '아저씨'라고 부르거나 짝을 지어 농구 연습을 할 때도 제멋대로 하려고 했다. 자신의 실수를 엄마가 지적해 줘야 실수라 깨달았고, 식사할 때도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았다. 엄마는 자폐 스펙트럼을 의심했지만, 전문가는 슬롯적 의사소통 장애로 보았다.
어릴 적부터 소통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은 사소한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또래와 원만하게 어울리지 못한다. 상대의 표정을 살피고 반응해야 하는데, 감정이나 의도를 읽지 못해 종종 실수한다. 소설 <아몬드>의 주인공 역시 태어날 때부터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엄마가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하나씩 알려준다.
나도 어릴 적엔 말수가 적고 혼자 노는 걸 좋아해서 엄마가 걱정했단다. 하지만 학교에선 친구들과 곧잘 어울렸으며, 동네에선 골목대장 노릇도 했다. 남들과는 다른 성향 때문에 종종 오해를 받았지만, 상대의 감정을 파악하려 노력했으며,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익혔다.
요즘엔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 중에도 의사소통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다. 퇴근 후나 주말에 메시지를 보내서 상대의 일상을 방해하는 건 예사고,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함부로 소리치거나 인격모독을 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수가 한 사람을 괴롭히는 '집단 괴롭힘' 또한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소통의 어려움을 겪다 못해 고립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왜 우리는 이토록 소통불능의 시대에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타인과 소통한다는 건 단지 얘기를 잘 듣는다는 뜻이 아니다. 상대의 입장을 머릿속에 그려보거나 정확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첫 번째 단계이다. 그리고 상대의 감정을 고려해 말을 가려서 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가끔 필터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함을 무기 삼아 타인을 괴롭히는 것 같다.
슬롯적 의사소통 장애는 때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약물이나 상담 등을 통해 치료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므로 상대를 탓하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인지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