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의 곰탕

by은수달


"일요일 아침에 애들 먹이게 오는 길에 곰탕 좀 사 올래?"


이번 주말, 제주도에 사는 막내조카와 영국에서 유학 중인 큰 조카가 본가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요일 오전에 부모님이 볼일 보러 간다고 해서 조카님들 아침식사는 내가 맡기로 했다.


음식점에 들러 곰탕을 포장하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샀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본가에 도착하니 때마침 막내조카가 방에서 나왔다. 꼭 안아주며 잘 잤냐고 물었다.


"나중에 배고프면 얘기해."


야행성인 조카님들은 눈뜨자마자 밥 먹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배꼽시계가 울릴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잠꾸러기 대장은 아직 꿈나라에 있어서 깨지 않도록 방문을 닫아주었다.



공부하느라, 콩쿠르 준비하느라 바쁘게 움직였을 조카님들은 본가에 오면 패드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각자의 방식으로 재충전하는 거라 여기며 잠자코 내버려 둔다. 밥을 먹는데도 외출 준비하는데도 한참 걸리지만 재촉하지 않는다. 대신 일정을 미리 알려주며 준비할 시간을 준다.


밥투정이 심할 때는 식판에 덜어주고, 잠투정 부릴 때는 토닥이며 잠들 때까지 노래를 불러주었으며, 레고를 가지고 놀 때는 조각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쟁반에 덜어주기도 했다.


조카가 셋인 데다 견조카까지 있어서 육아에는 도가 텄다. 그래도 직접 케어하는 부모나 조부모에 비해선 수월한 편이겠지.


"이번엔 며칠만 있다가 간다고 해서 다행이다."


조카들이 본가에 온다고 하면 엄마랑 같이 일정 조율하느라 바쁘다. 한때는 명절이나 휴가도 반납하고 조카들을 돌보곤 했지만, 지금은 제법 커서 손이 덜 간다. 이모 곁에 붙어서 재잘거리던 시절이 가끔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이젠 본인들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이모 겸 고모의 응원에 힘입어 조카들이 별 탈 없이 잘 자라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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