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주인의식이 인생을 바꾼다

by은수달


"뇌는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틀렸다. 뇌는 움직이기 위해 존재한다."


-자청, <완벽한 원시인>


많은 이들이 타고난 운명이 우리의 삶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알고 보면 주인의식이 인생을 바꾼다. 노예근성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스스로 더욱 비참해질 뿐.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니체나 헤겔이 왜 그토록 '주인의식'을 강조하는지.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노예나 관객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주위 환경을 탓할수록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


"사장님, 커피 값이 애매하게 4,100원이 뭡니까?"

"사장님, 여긴 왜 아기 의자가 없어요?"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할 당시 '사장님'으로 종종 오해를 받곤 했다. 그럴 때마다 기분이 묘했다. 창업하려는 마음을 손님들이 간파한 걸까. 아니면 나의 태도나 분위기에서 주인 의식이 느껴진 걸까.


현 온라인 게임에서 사무실 입구에는 관리부 소속 차장님과 나, 영업부인 부장님이 나란히 앉아 있다. 하지만 업체 담당자나 손님이 찾아오면 자연스레 내 쪽으로 다가와 용건을 얘기한다. 문이 열리면 상대와 눈을 마주치며 인사해서 그런 걸까.


어릴 적부터 인사를 잘하고 주위 사람들을 이끌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어쩌다 보니 골목대장이 되어 또래와 같이 놀거나 갈등이 생겼을 때 해결사 노릇을 맡기도 했다.


각종 프로젝트나 팀 발표 때는 팀장을 도맡았고,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할 일을 묵묵히 하는(지금은 생색내지만) 직원이었다. 그땐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고, 성공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어쩌면 사업하는 부모님을 보고 자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아니, 내 안에 주인의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 건지도. 부모님 역시 각종 단체에서 리더나 총무를 맡고 있으며,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꼭 필요한 사람으로 인식되어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스티브 잡스 같아요."


온라인 서점을 운영할 당시 거래처 담당자가 내게 했던 말이 지금도 선명하다. 도전의식이 강하고 옳다는 확신이 생기면 어떻게든 밀고 나가는 성향이 그렇게 보인 걸까.


자신이 소속된 집단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면 변화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 맡은 일만 수동적으로 처리하면 경력이 쌓여도 제자리걸음이거나 뒤로 밀려날 것이다.


"할 수 있습니다. 해보겠습니다."


면접 볼 때 까다로운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겠느냐고 떠보듯 물어보면 어김없이 위처럼 대답했다.


"우리 매장이 메뉴가 많고 복잡한데 할 수 있겠어요?"


메뉴 종류가 많기로 소문난 매장에서 3일 만에 인수인계를 받고 현장에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귀찮아서 안 하는 일은 있어도 두려워서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일을 빨리 익히려고 주요 레시피를 외워갔고, 틈틈이 매장을 둘러보며 보완할 점은 없는지 손님들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폈다. 덕분에 입사한 지 몇 달 만에 매니저로 승진했다.


연봉 인상이나 성과를 떠나 주인의식은 우리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나 하나 바뀐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라는 안일한 마음 대신 '나 하나라도 제대로 일하고 본보기를 보여야지.'라는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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