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 색깔이 황금빛이 나니까 '골드'라는 이름은 어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며 친구가 노래를 불렀지만, 밤늦게 귀가하는데 종일 반려묘를 혼자 두는 건 못할 짓이라며 적극적으로 말렸다. 하지만 친구의 기도가 통했는지 일터에 제 발로 냥이가 찾아왔고, 친구는 기꺼이 집사가 되었다.
어느 날, 우리 집 근처 병원에 들렀다 냥이를 데리고 왔다. 낯가림이 심한 녀석이라 걱정했는데, 담요를 깔아주고 내버려 두니 금방 적응했고, 우리 집이 편안했는지 스르르 잠들기까지 했다.
"낯가림 심한 거 맞아? 너무 잘 적응하는데?"
그렇게 잠시 우리 곁에 머물렀던 골드는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골드를 만나기 전엔 '금강이'라는 녀석과 제법 친하게 지냈다. 정확히 말해, 녀석이 내 무릎 위에 앉아 이마 박치기를 하며 특유의 친밀감을 드러내서 거부할 수 없었다. 숨기 바쁜 다른 녀석들과 달리 금강이는 아는 동생의 집안을 활보하며 내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있곤 했다.
세 번째로 기억에 남는 냥이는 구수리의 어느 카페에서 만난 녀석이다. 테라스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커다란 가방을 벤치 위에 뒀는데, 한눈파는 사이 가방에 숨어든 녀석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밀어 깜짝 놀랐다. 그 뒤로도 우린 몇 번 마주쳤고, 서로 아는 척을 했다.
집 앞 주차장에서 내 차를 가로막고 있어서 추르로 유인한 적도 있고, 아파트 주차장에서 간밤에 숨어들었다 갑자기 뒷좌석에서 튀어나온 녀석도 기억에 남는다.
어쨌든, 생김새만큼 다양한 성격을 가진 녀석들을 알아가는 재미와 추위에 떨지는 않을지 걱정되는 마음이 동시에 드는 걸 보니, 집사까진 아니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확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