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어머님 떠나신 가을날
상복 입고 나선 장터 길에서
닭 다섯 마리 내 것이라 한들
들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진 것 없는 상주의 말은
바람에 흩어지는 곡소리 같아서
억울하다 억울하다 울어도
돌아오는 것은 외면뿐이었습니다
그때 달성 땅에 새로 오신 분
키는 작고 얼굴엔 곰보 자국
스무 살 남짓 앳된 판관이라
아전들마저 혀를 찼다지요
하지만 그분은 닭 한 마리 잡아
조용히 배를 가르셨습니다
수수 알이 쏟아지던 순간
나는 그만 땅에 주저앉았습니다
가난해서 수수밖에 못 먹였다던
서러운 말이 거짓 아님을
말없는 닭 한 마리가 일러 주니
하늘이 내 편인 줄 알았습니다
닭값의 열 배를 물리시고
문경 사또께 오백 냥을 구하여
어머님 보내는 장례 비용에
보태어 쓰라 건네주셨지요
차라리 내가 그 닭이었다면
배를 갈라 속을 보이는 날
참말뿐인 가슴 하나 열어
서러움 다 보였을 것을
달성 관아에 비 그치는 저녁
젖은 상복 자락 여미고서
어머님 무덤 앞에 엎드려
그분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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