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혼자 걷는 시간

by은파랑

솔직히 말하자
나는 혼자가 되는 것이 무서워서
하루 종일 사람들 틈에 나를 숨겨 두었다

전화를 받고 웃고
맞장구를 치고 술값을 나누고
그것을 나는 사랑이라고 불렀다
사실은 비겁이었다

혼자 걸으면 들킨다
내가 얼마나 시시한 것에 마음을 팔았는지
누구의 칭찬에 하루를 걸었는지
무엇이 두려워 입을 다물었는지

그래서 걷기가 싫었다
걷는 일은 나에게 거울을 들이대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걷는다
핸드폰은 주머니 속에서 울게 두고
골목 끝 구멍가게 불빛도 지나치고
아무에게도 안부를 묻지 않고 걷는다

외롭다는 말은 쓰지 않겠다
그 말은 너무 쉽게 변명이 된다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침묵이다
내 발소리가 내 생각보다 크게 들릴 때까지
남의 목소리를 내 목소리로 착각하지 않을 때까지

혼자 걷는 사십 분은
도망이 아니다
하루 중에 내가 나를 정직하게 만나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러니 내일도 나는 걸을 것이다
비겁한 채로, 시시한 채로
그래도 내 발로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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