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지리산 천왕봉 눈 쌓인 아래
덕천강 맑은 물 흘러내리는 곳
남명 어른 가신 지 오래 건 만
강물은 그 마음을 닮아 푸릅니다
허리에 방울 하나 차시고
또 한 자루 칼을 곁에 두시어
방울이 울면 마음을 깨우고
칼날로 흐린 생각을 베셨다지요
안으로는 공경으로 밝히시고
밖으로는 옳음으로 끊으시니
맑고 매운 뜻을 못 잊어
제자들은 강가에 집을 세웠습니다
세심정 마루에 앉아 보면
마음을 씻는다던 물소리 들리는데
씻어도 씻어도 흐린 가슴
어른 앞에 낯이 뜨거워집니다
임금께 올리는 글월에서도
굽히지 않고 바른말을 하시던 분
벼슬은 마다하고 산에 드시어
평생을 서릿발로 서 계셨습니다
임진년 불길에 집은 타고
또 한 번 나라의 법에 헐려도
이 강가에 다시 선 서원 하나
어른 뜻은 그리 쉬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방울이었더라면
어른 허리춤에서 맑게 울다가
졸고 있는 마음 한 번 흔들고
말없이 곁에 매달렸을 것을
덕천강에 달이 내려앉는 밤이면
어디선가 칼 가는 소리 들려
못 지킨 날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강가에서 고개를 숙입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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