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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동에 글소리 남아

영주

by은파랑

죽계 맑은 물 굽이도는 곳
솔숲 사이로 글 읽는 소리
주세붕 어른 터를 닦던 날이
엊그제인 듯 귀에 울립니다

흰 구름 동네에 집을 세우고
선비들 모여 앉아 밤을 밝히니
이 땅에 처음 선 글방 하나가
오백 해를 두고 불을 켭니다

퇴계 어른 군수로 오시던 해
임금님께 글월을 올리시어
이름 석 자 현판을 받아 오시니
그 마음 얼마나 벅찼을까요

경렴정 마루에 앉아 보면
냇물은 쉬지 않고 흘러가는데
읽던 이는 간 곳을 모르고
글 읽는 소리만 남았습니다

벼슬을 마다하고 물러나시어
낙동강 가에 몸을 누이시니
도산 골짜기 작은 글방에서
매화에 물을 주며 늙으셨다지요

부르는 임금을 몇 번 사양하고
고향 냇가로 돌아앉던 그 마음
세상이 다 가지라 한들
어른은 어이 그리 물러나셨습니까

천연대에 올라 강을 보노라면
흐르는 물도 어른을 닮아서
말없이 낮은 데로 흘러갑니다

차라리 매화 한 그루였더라면
어른 곁에 말없이 피었을 것을
눈 속에서 향기를 풀어놓고
한 번 웃고 지는 꽃이었을 것을

백운동 솔바람 도산의 강물
두 곳에 흐르는 글 읽는 소리
가도 가도 못다 한 가르침 앞에
이마를 대고 서 있습니다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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