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충분히 좋은 선택

by은파랑

1956년, 경제학자 허버트 사이먼은
체스 두는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들은 모든 수를 다 계산하지 않았다.
'이만하면 되겠다' 싶은 수에서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는 이것을 '만족화'라 불렀다.
만족하다와 충분하다를 겹쳐 만든 말

최선을 찾느라 멈춰 선 사람보다
충분히 좋은 곳에서 걸음을 옮긴 사람이
더 멀리 간다는 것

2000년, 어느 마트의 시식대에는
잼 스물네 가지가 놓인 날과
여섯 가지가 놓인 날이 있었다.

고를 것이 많았던 날
발걸음은 오래 머물렀지만
잼을 사 간 사람은 삼 퍼센트뿐

고를 것이 적었던 날
사 간 사람은 서른 퍼센트였다.

선택지가 늘어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망설이고 있었다.

볼테르는 오래전
이탈리아의 속담을 빌려 적었다.
"최선은 선의 적이다"

완벽한 날을 기다리는 동안
좋은 날은 소리 없이 지나가고

완벽한 문장을 기다리는 동안
백지는 여전히 백지로 남는다.

완벽한 선택은
어디에도 놓여 있지 않았다.

다만 하나를 고르고
선택을 내 것으로 만들어 가는
긴 시간이 있을 뿐

그러니 오늘은
충분히 좋은 쪽으로 손을 뻗어 보자.

틀려도 괜찮은 길 위에서
걷는 사람만이
다음 갈림길에 닿을 수 있으므로


은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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